[문화산책] 서점의 존재 가치

  • 배태만 파이데이아 공동탐구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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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9  |  수정 2021-04-19 17:23  |  발행일 2021-04-19 제21면

배태만
배태만〈파이데이아 공동탐구지도자〉

'원수에게는 출판사 창업을 권하라'는 말이 출판업계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떠돈다. 서점이 사양산업이 되었다는 사실은 대다수 사람이 익히 알고 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예전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약속 장소로 이용되던 지역 서점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지금은 전국 규모의 대형서점 한두 곳 외에는 다 사라졌다. 대형서점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먼저 사라진 지역 서점들처럼 언제 자취를 감추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서점은 정말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일까.

독서는 시간 여유가 많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넓게 자리 잡고 있다. 그렇지만 책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고 삶의 지혜를 발견하려는 욕구도 곳곳에 잠재해 있다. 그런 욕구는 동네책방이 여기저기 다양한 색깔로 싹트도록 했다. 그렇게 생겨난 서점들이 우리 주위에 자리 잡고 희미하게나마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곳을 찾아가 보면 단지 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상업적 이윤에만 집착하지 않고 문화적 감성을 함께 나누는 이러한 공간이 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어 줬으면 좋겠다. 험난한 인생길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앞길을 비춰주는 인문적 가치를 거기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점이라고 오로지 책만 파는 공간이라고 한정 지을 필요는 없다. 태생적으로 서점과 인문적 소통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인문적 소통이 주로 일어나는 또 다른 장소는 카페다. 카페가 처음 생겨나고 번성한 곳은 유럽인데, 사람들이 모여드는 문화공간의 역할을 했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파리의 한 카페에 자주 들러 문학가·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사상을 완성하고 저술작업도 했다고 한다. 요즘 동네서점은 카페 기능을 함께하며 복합문화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현대인은 교환 가치 즉, 화폐적 가치에만 주로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다. 팍팍한 일상생활에 시달리며 사색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현실이 이런 상황을 더욱 심화시킨다. 다양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동네서점을 자주 찾아 책도 살펴보고, 사색과 소통을 함께하며 따뜻한 인문적 분위기를 누리기 바란다.
배태만〈파이데이아 공동탐구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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