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축제의 진정성

  • 박병준 서구문화회관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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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5 07:41  |  수정 2021-04-15 07:57  |  발행일 2021-04-15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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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준〈서구문화회관 기획팀장〉

필자는 지역문화 기획업무를 하다 보니 평소 다양한 지역축제를 접하게 될 기회가 많았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지역 축제를 만날 기회가 없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날부터 전국에서 무수히 많은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조사한 지역축제 개최현황(2일 이상 개최 기준)을 보면 968개나 되며, 크고 작은 문화행사 축제까지 합하면 1만5천개 정도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축제 1개 이상씩은 개최하고 있다. 다양한 자연·생태 자원, 특산물, 역사, 예술, 전통문화 등을 소재로 정성스럽게 축제를 개최한다. 그러나 많고 많은 지역 축제 중 기억에 남을 만한 행사는 얼마나 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유명 가수가 출연하고, 먹거리를 파는 등 지역 특색과 관련성이 부족한 체험행사로 이루어진 축제들도 많다. 일부 지역 축제에선 경제 활성화, 이미지, 브랜드 제고 가치 창출 등 다양한 이유로 규모를 키우기만 하는 것에 적극적이다.

지역문화를 대변하기보다는 관광산업 일변도나 정치적인 관점에서 일시적으로 많은 사람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 형식으로, 일정한 틀에 맞춰 규모만 다르게 개최를 하곤 한다. 이는 지역축제에 대한 접근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지역 축제는 경험하고 축적하고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지역 문화의 고유성과 특이성을 잘 담아내어 지역 공동체 주민들에게 스스로 정체성과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외부의 대중 또한 그 지역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맛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 지역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확보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지역축제를 위해 지역의 전문가 및 활동가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직업으로서의 전문가가 아니라 지역문화를 함께 일구어 나갈 실질적인 주체를 생산하는 일이다. 다양한 주체들이 결합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지역의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발굴함으로써 공동의 자산으로 만들어 가고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종식까지 머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많은 추억을 쌓고 많은 감정을 느끼며 나누게 될 날이 올 때 지역을 대변하는 진정성 있는 축제들이 많은 사람과 함께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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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준 서구문화회관 기획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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