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믹스 & 매치

  • 박재민 공연예술창작소 The공감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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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8  |  수정 2021-04-28 07:46  |  발행일 2021-04-28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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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공연예술창작소 The공감 예술감독〉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학생들에게 드레스코드를 지정해준다. 흔하게는 파자마를 입고 가는 날도 있고 핼러윈처럼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가는 날도 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 패트릭의 날처럼 드레스코드가 녹색인 날도 있다.

며칠 전에는 믹스&매치가 드레스코드였다. 딸아이를 등교시키기 위해서 학교 앞에 도착하니 좌우 운동화를 다르게 신은 아이도 있고 긴바지를 한쪽만 걷어 올린 아이도 있었다. 저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등교하는 것이 너무 사랑스럽다. 미국 학교에서 이러한 드레스코드를 지정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창의성, 다양성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학교에 대한 흥미를 만들기 위함이라 생각된다.

믹스매치룩(mix-match look)은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대조적 이미지를 섞어서 새로운 멋을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을 말한다. 어린 학생들의 믹스매치룩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진짜 멋쟁이들은 믹스매치룩을 즐긴다.

이것은 공연계에서도 상당히 유행한다. 일반적으로 장르 간 협업을 통해서 새로운 공연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많다. 이러한 시도는 예술가라면 도전해야 할 가치가 있고, 예술가로서 당연히 욕망도 있어야 한다. 문제는 믹스만 있고 매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전의 종합과자 선물세트를 생각해보면 포장은 화려하지만 먹을 게 없었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오페라나 뮤지컬을 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등이 잘 믹스매치된 대표적인 공연장르다.

그리고 믹스매치가 필요한 곳은 예술관련 대학이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전국 예술대학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장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폐과만을 생각한다. 당장 우리 대학의 문제가 아니고 당장 우리 전공의 문제가 아니라서 강 건너 불 보듯 하다 보면 곧 불은 우리를 덮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믹스&매치를 제안한다. 피하지 못한다면 미리 준비하고 전 공간의 새로운 통합이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물론 우스꽝스러운 믹스&매치는 반대다. 지금도 우리는 멋쟁이가 될 수 있다.
박재민〈공연예술창작소 The공감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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