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햄스트링과 스팸

  • 김명미 〈주〉한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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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4  |  수정 2021-05-04 07:48  |  발행일 2021-05-04 제15면

김명미
김명미〈주〉한초 대표

최근 포털사이트에 세계적인 축구스타 손흥민과 함께 나오는 검색어가 햄스트링이다.

어릴 적부터 무용을 전공해 온 나 또한 과도한 스트레칭이나 과격한 동작을 할 때 햄스트링이 찢기는 고통을 참아왔던 기억이 난다.

햄스트링이란 허벅지 뒤쪽에서 주로 무릎을 접는 역할을 하는 신체구조다. 대퇴사두근(허벅지 앞쪽에 있는 강하고 큰 근육)이 수축할 때 브레이크 역할을 해주는 근육이라고 할 수 있다. 햄스트링은 근육 간 힘의 불균형에 의해 손상되며 축구 경기에서 강한 슈팅 또는 헛발질, 갑작스러운 출발 또는 감속, 방향을 전환할 때 종종 손상된다. 이렇듯 운동선수와 무용수에게도 중요한 근육이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근육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햄스트링과 스팸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원래 스팸에 들어가는 고기는 햄스트링 부위의 고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 햄스트링을 먹는 기분이 든다는 것은 뭔가 꺼림직하다는 생각에 '양념이 된 햄'이란 뜻으로 'Spicyham'을 줄여서 "SPAM"이라 했단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팸은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생산됐다. 미국은 독일의 해협 봉쇄와 폭격 등으로 물자 수입이 어려워진 영국에 스팸을 대량으로 공급했고 영국은 '스팸랜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런 스팸이 오늘날에는 마트에 빼곡히 진열되고, 팬트리에서 나뒹구는 음식이 되었기에 우리가 중요하지 않고 짜증이 나는 문자메시지를 '스팸문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듯 신체의 근육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햄스트링이 흔한 스팸이 되고 더 나아가 짜증 나고 골칫덩어리인 '스팸 문자'로 변하게 된 것이다.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문자를 대량으로 시도 때도 없이 발송하거나 '단톡방'에 묶어 중요하지 않는 정보나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19가 벌써 한국에서 1년 6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는 시간이겠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가장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린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반추해보면 좋겠다. 또 소중한 것을 못 느끼고 쓸모없고 귀찮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없는지 성찰해 볼 일이다.
김명미〈주〉한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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