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청년 다시 대구로!' 대구시와 영남일보가 응원합니다 .2] 소셜벤처 '디컬리전' 박거태 대표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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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6 07:29  |  수정 2021-08-12 15:25  |  발행일 2021-05-06 제6면
"실력 있으면 어디서든 러브콜…서울만 쳐다볼 필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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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영상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는 '디컬리전' 박거태 대표. 세련되고 창의적인 영상으로 수도권에서도 제작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디컬리전 제공〉

소셜벤처 '디컬리전' 박거태(35) 대표는 올해로 3년째 영상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 남구 봉덕동 작은 사무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창의력이 돋보이는 영상으로 지역을 넘어 전국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대구에서 대학을 마치고 인턴십을 위해 캐나다로 떠났다. 영주권을 획득하고 정착하려 했으나 비자 문제로 다시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귀국 후 일자리를 찾던 중 영화제작사에 입사했고 고향인 대구를 떠나 천안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타지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3D 컨버팅, 합성 등 특수효과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할리우드 대작 공동제작에 참여하는 기회도 있었지만, 장시간 근무와 고된 야근에 점차 지쳐갔다.

천안 영화제작사 근무하며
할리우드 대작 참여했지만
시키는 일만 반복해 회의감

대구서 영상프로덕션 열어
대학·공공기관 홍보물 제작
출강하며 인재육성·채용도
하고싶은일 하며 즐기는 중

"일적으로 보면 정말 배울 게 많았어요. 실력도 늘었고 큰 작품 크레딧에 이름도 올렸고요. 그런데 아침일찍 출근해서 다음날 새벽에 퇴근을 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았습니다."

그는 고된 일은 버틸 수 있었지만 주체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고 정해진 업무만 반복하는 데 회의감을 느꼈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결심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또 20대 중반을 넘기고 보니 주거 문제가 발목을 잡기도 했어요. 당장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용도 부담됐습니다. 우선 부모님이 계신 대구로 내려가서 다른 기회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구에 돌아온 박 대표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영상 관련 사업을 해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느꼈다. 굳이 수도권에 정착하지 않더라도 트렌드를 빠르게 습득하면 결코 뒤처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도 들었다.

"다른 곳에 있다가 돌아와 보니 대구가 참 좋은 도시로 보였어요. 여기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한국이 넓으면 얼마나 넓다고 KTX만 타면 서울을 오가는 건 일도 아닌데 굳이 서울에 자리를 잡아야 하나 생각했어요. 지역이라는 한계점에 스스로를 묶어둘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프리랜서로 경력을 쌓은 그는 2019년 9월2일 자신의 생일에 맞춰 사업자 등록을 했다. 먼저 창업한 친구와 사무실을 공유하면서 '한 지붕 두집'으로 서로 격려하며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대구·경북권 대학 홍보 영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공공기관과 협업이 늘었고, 최근에는 수도권에서도 제작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관점을 달리하면 훨씬 재밌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홍보 영상은 딱딱한 경우가 많은데, 몇 초 보고 끄는 영상은 의미가 없잖아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을 제작하고 싶었고, 다행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어요. 대구에서도 세련되고 좋은 영상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박 대표는 대구가 창업 기반이 좋은 도시이지만 더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각보다 창업을 도와주는 정책이 많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간을 마련해주는 지원제도가 있으면 좋겠어요. 대구에 자리를 잡으려는 청년들 대다수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창업공간도 그렇고 주거 문제만 해결된다면 많은 청년들이 유입될 것으로 봅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지금 대학에 출강을 하고 있습니다. 제 수업을 들었던 제자들을 채용해 동료로 같이 일하고 있고, '예스매칭' 사업을 통해 지역 출신 청년을 뽑기도 했어요. 지역 기반으로 사업을 키우고 동시에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대구의 청년들에게 의미있는 조언도 했다. "고민에 빠진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는데 결국 답은 단순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재밌게 하면 됩니다. 저도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것이고, 직원들이 더 재밌게 일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해요. 뜻이 있다면 길은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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