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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미〈주〉한초대표 |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5월은 감사의 달이다. '초딩맘'이었을 땐 5월 중 어린이날이 가장 힘들었지만, 한해 한해 세월이 가며 두 아이가 청소년이 되니 한결 수월해졌다. 하지만 5월이 오면 어버이날에 아버지 기일까지 겹쳐 감사함에 더해 그리움이 쌓이는 시기인 것 같다.
아버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은 그림과 음악 그리고 책이다. 1970~80년대엔 딱히 즐길 여가 거리가 없던 터라 아버지는 늘 노래를 듣고, 글을 쓰고, 그림을 모으고 그리며 여가를 보내셨다. 그랬던 아버지는 내가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친구 집에 음악과 책과 그림 한점이 있는지를 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은 내가 자라면서 더 깊이 맘속에 새기는 말이 되었다. 그림 한점 없는 집은 얼마나 삭막한가.
아버지는 생전 항상 감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모든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다. 당시는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그 말씀은 나의 사고와 행동을 조형시키는 나침판이 되어 나도 모르게 아버지의 뒤를 밟아 나의 푯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 나도 아버지처럼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읽으며 여가 시간을 대부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나는 갤러리에서 그림을 관람하고 구매하기보다는 동네 골동품 가게 같은 곳에서 그림을 구경하고 작품을 가끔 구입하곤 했다. 아버지와 외출할 때면 골동품 가게는 늘 가던 코스 중 하나였다. 그러니 우리 집은 그림과 골동품이 뒤섞여 항상 복잡했다. 골동품과 그림이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으니 너무 흔해서 그림의 가치조차 알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흔해서 가치를 몰랐던 것은 그림뿐만이 아니라 아버지의 한없는 내리사랑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흔해서 그 가치를 몰랐던 것이 얼마나 소중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고 후회도 하지만, '지금 흔해서 가치를 모르고 있는 것은 또 없는지' 다시 한번 더 되뇌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5월이다. 특히 그림을 감상할 때면 아버지가 그리워지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 커지면 그림을 보며 그리움을 달래곤 한다. 이제껏 살아오며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기만 하고 주었던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번 5월엔 아버지를 생각하며 갤러리에 가서 그림 한점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예술가에게도 작은 도움이 될 터이니.
김명미〈주〉한초대표
김명미 (주)한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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