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너무 꼼꼼히 따지지는 말자

  • 정선현 극단한울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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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2  |  수정 2021-05-12 08:10  |  발행일 2021-05-12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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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현 〈극단한울림 배우〉

"너는 왜 연극을 하는지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며 한 후배가 다른 후배에게 잔소리를 했다. 이 말에 나는 괜스레 뜨끔해졌다. '나는 왜 연극을 하는가'라는 물음은 연극인으로 숱한 날을 보내면서도 한동안 덮어두었던 질문이기 때문이다. 나는 왜 연극을 하는가?

연극계에 입문할 때 연극이 나의 길인지 한참 고민했다. 첫 공연 이후에도 고민에 휩싸였고, 다음 작품이 정해졌을 때도 그랬다. 고민만 하다 보니 의미 없는 시간만 흘러갔고,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러다 "그래,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딱 1년만 열심히 해보자"며 나 자신을 연극판에 내던졌다. '왜 연극을 하는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따지지 않고 그저 열심이었다. 생각이 단순해지니 행동도 분명해졌고, 연극에만 오롯이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로 돈을 버는 것과 주위 시선에 우쭐했다. '배우'니 '연극'이니 하는 거창한 생각 따위는 없었다. 학창 시절 드라마의 한 장면을 따라 하며 친구들을 웃겼던 그때, 그저 마냥 좋았던 연기를 지금 내가 하고 있다는 것이 좋았고, 연극배우라고 하면 동창들이 멋지게 바라봐주는 시선도 좋았다.

그러다 5년이 지났을 즈음 문득 '진짜 배우'에 대한 갈망이 싹텄다. 선배들이 연극무대에서 나와는 차원이 다른 연기력과 열정으로 공연하는 모습을 엿보면서 연극의 본질과 배우의 자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이전까지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었던 연극에 대한 내 생각이 변화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이후부터 돈과 명성에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연극을 더 잘 공부하고 이해하기 위해 대본을 분석하고 동료들과 토론하며, 관객과 만나는 이 모든 것이 지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돼버렸다.

그 누군가가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 자신의 열정과 실력을 저울질하는 중이라면 "너무 꼼꼼히 따지지는 말자"고 말해주고 싶다. 어떤 일을 좋아하는 마음과 열정은 뒤늦게도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어떤 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어떠할지 정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무언가를 시작할 마음만 있다면 주저없이 달려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끝은 아무도 알 수 없으니까.

정선현 〈극단한울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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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현 극단한울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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