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문화도시를 디자인하다 .2] 지역 주민이 만들어가는 문화도시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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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2  |  수정 2025-10-15 10:38  |  발행일 2021-05-12 제22면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토대 '라운드 테이블' 활성화 체계적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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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은 '라운드 테이블'과 문화도시 추진단, 문화도시 센터, 문화도시 추진위로 구성되는 주민의견 수렴·실행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살기 좋은 문화도시는 어떤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정주여건, 자연환경, 교육·문화 기반시설 및 프로그램 등 다양한 요소들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렇다면 조화로운 균형은 어떤 판단에서 이뤄질까. 결국은 실거주민이 느끼는 만족도다. 때문에 행정 주도로 전개돼 왔던 도시 개발이나 재생 사업들이 주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정책 수립 과정이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상향식 개발의 최대 장점은 보편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독창성 있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도시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달성군도 법정 문화도시 추진 과정에 주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방침이다. 아예 한발 더 나아가 주민이 주체가 돼 만들어가는 문화도시를 꿈꾸고 있다. 달성군은 이미 주민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그 속에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는 과정을 지원해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화도시 사업추진의 핵심이 바로 주민인 셈이다. '달성, 문화도시를 디자인하다' 2편에서는 달성군의 주민의견 수렴 시스템을 세부적으로 살펴본다.

◆문화도시 생태계 기초단위 '라운드 테이블'

달성군이 문화도시 조성 과정에 유독 신경을 쓰는 부분은 '라운드 테이블'이다.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현재 달성에는 다양한 형태의 라운드 테이블이 운영되고 있다. 구성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달성문화재단 관련 사업, 생활문화실태조사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라운드 테이블은 의역하면 '원탁회의'다. 많은 이들이 둥그런 탁자에 둘러앉아 의제를 논의하는 형태를 뜻한다. 원탁회의는 참가자들이 석순의 서열에 집착하지 않고 대등한 관계에서 자유로운 발언이 가능하다. 또 성별·연령·세대에 상관없이 참여하고, 구성원 간 관계 개선은 물론 공동체 활성화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같은 라운드 테이블의 특성을 살려 달성군도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논의하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논의된 내용과 제시된 의견들은 적극 수렴해 행정에 반영시킨다.


주민이 주체가 된 문화도시 지향
문화예술·생활문화·시민문화 등
3개 분과 나눠 다양한 활동·교류
'들락날락 달성의 상상' 공모사업
지난해 24개팀 159명 참여 맹활약
문화도시추진단·센터 구성 뒷받침



현재 달성군의 라운드 테이블은 크게 △문화예술 △생활문화 △시민문화 분과로 나뉘어 운영 중에 있다. 처음에는 분과가 따로 없었지만 활동 영역과 권역에 따라 소모임을 운영하는 것이 좀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자연스럽게 나뉘어졌다.

문화예술 분과 구성원은 예술가, 문화활동가, 문화기획자 등 예술성이 강한 개인과 단체가 주를 이룬다.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많은 이들이 모여 지역 문화의 방향성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현재 달성은 지역 예술가와 주민 간 교류가 부족한 상태다. 전시·공연이 주로 대구 도심에서 이뤄지다보니 마땅히 소통할 창구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다.

생활문화 분과는 예술활동 기반의 다양한 동호회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달성에는 수많은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으나 이들이 연결돼 서로를 도울 수 있는 네트워크는 사실상 부재했다. 생활문화 분과는 앞으로 지역 문화 생태계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문화 분과는 다주체 간 활동과 연결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졌다. 아동·청소년·외국인 노동자·결혼 이주여성 등 다양한 도시 구성원이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체계적인 경로 설정이 필요했던 것. 현재는 마을 기반의 활동을 하는 주민의 참여가 많다. 보다 다양한 도시 구성원이 합류한다면 지역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현안과 문제점 등을 논의하고 개선 방향 등의 제시가 가능하다.

특히 달성은 아파트 단지와 자연마을, 산업단지와 농경지가 혼재해 다양한 이들이 함께 사는 곳인 만큼 시민문화 분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라운드 테이블의 영역은 더욱 확대된다. 보다 많은 주민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분과에 포함되지 않은 소수 주체들과의 연결을 위한 활동도 계획 중에 있다.

결국 라운드 테이블은 주민들이 스스럼 없이 모여 지역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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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군 생활문화 분과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주민-전문가-행정으로 이어지는 거버넌스 구축

라운드 테이블은 시민주도형 문화활동 지원사업으로도 이어졌다. 바로 '들락날락 달성의 상상'이란 주제의 공모사업이다. 이 사업은 주민이 모여 지역사회의 고민과 문제를 문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2020년 한 해 동안 24개 팀 159명이 활동했다. 들락날락 달성의 상상은 4가지 가치를 지향했다. 세부적으론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당사자 주도 △재정민주주의 △생태계의 연결과 확대다. 지역이나 성별·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평소 하고 싶었던 활동을 자유롭게 실험하도록 했다. 주제나 양식의 제한도 없다. 이는 라운드 테이블의 성격과 맞닿아 있고, 달성이 지향하는 문화도시의 정체성과도 연결돼 있다.

성과 위주의 사업이 아닌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성공과 실패, 모두 하나의 가치로 인정받았다. 활동의 전 과정을 더욱 중요시한 프로그램이었다.

주민 간의 자연스러운 인적 네트워크 구축도 큰 성과다. 달성군은 이 사업을 통해 각기 다른 모임 간 활동을 공유하고 방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하도록 했다. 실험적인 활동을 하면서 다른 단체와 교류·협력하며, 서로가 성장하는 과정을 응원하게끔 유도한 것. 과정의 어려움과 결과 도출 등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공모전에 참여한 이들은 사업 활동을 진행하며 무려 6천여명의 주민과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다른 모임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확장된 교류를 통해 서로 논의하고 협력하는 하나의 '거버넌스(governance)'를 형성하게 이른 것이다.

전문성과 효율성, 객관성도 놓치지 않았다. 달성군은 팀별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전문가의 조언이나 컨설팅 등을 필요에 따라 지원했다. 이 같은 지원으로 단체 활동에 맞춰진 초점을 문화도시의 개념으로 확장, 구체화해 나갈 수 있었다. 앞으로 달성군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문화도시와 관련한 주민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또한 문화도시 지정에 앞서 모임 또는 단체가 직접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기획하고, 수요를 반영해 조율하는 방법도 교육한다.

향후 주민 의견을 구체화하고 활동을 돕는 역할은 '문화도시 추진단'과 '문화도시 센터'가 맡게 된다. 추진단에는 라운드 테이블 각 분과에서 2~3명, 총 9명의 간사가 추진단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심의 및 의결은 따로 문화도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담당한다. 추진위 구성도 전체 위원의 50% 이상을 주민으로 채워 적극적인 의견 수렴이 가능하도록 했다. 나머지 위원은 외부 전문가와 행정, 문화재단 등 인사가 맡게된다.

문화도시 센터는 일종의 실무 기관으로 각종 사업 추진과 행정업무를 담당한다.

달성군은 이처럼 라운드 테이블 등 작은 모임부터 문화도시 추진단 및 위원회까지 체계적인 주민의견 수렴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민이 주체가 돼 행정협의회·전문가 워킹그룹과 함께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정책과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지역 스스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도시의 문화 환경을 기획하고, 단계적으로 실현해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앙 주도의 상의 하달식 지원이 아닌, 지역의 책임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문화정책을 지원하는데 의의를 둔다. 또한 대규모 시설 조성과 일회성 행사보다는 문화적 소프트파워(인력·콘텐츠)가 지역 발전과 연결되는 도시 문화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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