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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경〈한의사〉 |
사진첩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의 흑백 환갑 사진을 발견했다. 반세기도 더 전이다. 시골 마당에 한복을 입고 쪽을 찐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 있다. 할머니 양옆으로는 서너 살 된 어린 나와 고만고만한 사촌들이, 뒷줄에는 우리 부모와 아버지 형제자매 내외들이 서 있다. 사진 속 할머니는 평생 화장은커녕 로션 한 번 바른 적이 없는 푸석하고 주름진 얼굴과 흰머리 때문에 더 늙어 보였다. 내가 몇 년 후에는 사진 속 할머니 나이가 된다고 생각하면 할머니는 나보다 한참 늙은 모습이다. 1960년대에 환갑이면 동네에서 상노인이었다. 그러니 가난한 형편에도 환갑잔치를 하고 가족사진을 찍었으리라.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영양 상태도 날로 좋아져 똑 같은 환갑이라도 건강 나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이제는 60세를 중년이라고 부르지 누구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린다 그래튼은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인재론, 조직론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녀는 교육-일-은퇴라는 인생 3단계 설계는 이제 시대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시대에는 은퇴 후를 대비해 금융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금융자산 외에 오래 일하기 위한 자산을 축적해 두어야 한다. 그 자산이란 생산 자산, 활력 자산, 변형 자산으로 구성되는 무형자산이다. 이 중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인 변형 자산이 특히 중요하다. 앞으로는 자신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산이 된다. 또 그래튼 교수는 "현재의 60세는 과거의 40세와 건강 상태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나는 이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나의 신체 나이는 실제 나이에서 15~20세 뺀 나이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렇다면 지금 내 나이는 할머니의 30대 후반과 맞먹는다. 이렇게 설정을 하고 나면 무언가를 시작할 때 두려움이 줄어든다. '내가 이 나이에 어떻게 하겠어'에서 '아직 창창하니 지금 당장 도전해 보자'라는 긍정 마인드가 생긴다. 그러나 쓰지 않는 근육이 퇴화하듯 뇌도 쓰지 않으면 그대로 노화한다. 신체와 뇌가 함께 젊음을 유지하려면 운동과 더불어 평생 꾸준히 배우며 새로운 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면 미래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으리라.
이은경〈한의사〉
이은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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