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테슬라의 추락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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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9   |  발행일 2021-05-19 제22면   |  수정 2021-05-19 07:13
일론 머스크 가상화폐 트윗에
전세계 코인시장 롤러코스터
CEO 의무 저버린 돌출 발언
테슬라의 신뢰성도 떨어뜨려
자율주행차에 대한 불신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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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경제부장

자율주행차로 대변되는 '테슬라'의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연일 전 세계 언론의 주요 뉴스로 등장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등에 대해 말 바꾸기를 하면서 국내외 가상화폐 시장을 크게 흔들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처분할 수 있다'는 누리꾼의 트윗에 "인디드(Indeed·정말이다)"라는 댓글을 단 뒤 반나절도 되지 않아 다른 트위터엔 "명백히 말하는데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하나도 팔지 않았다"라는 글을 올릴 정도로 머스크는 철면피다.

머스크의 말 바꾸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겠다고 해 놓고선 불과 3개월 만에 비트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차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테슬라 결제 수단 불인정 발언은 불과 2시간여 만에 비트코인은 물론 다른 코인 가격 급락을 불러왔고 코인시장에서 413조원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비트코인 맹신론자로 여겨졌던 머스크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사기라고 했던 도지코인을 띄우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된다며 비트코인의 테슬라 차 결제 중단 발표 이후 불과 사흘 만에 도지코인이 비트코인과 비교해 거래 속도와 규모에서 10배 낫고 수수료도 100배 저렴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엔 비트코인이 몇 안 되는 거대 채굴 회사들에 의해 지배된다며 더 심한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전체 유통량의 4분의 1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도지코인 익명 투자자가 머스크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자신의 팔로워 5천500만명을 통해 가상화폐 시세를 쥐락펴락하는 머스크의 노림수에 전 세계 코인 투자자들은 놀아났다.

불과 며칠 사이 이어진 머스크의 말 바꾸기와 특정 코인 비판 및 지지는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이는 더 이상 머스크의 말장난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게 만들었다. 말 한마디에 출렁이던 국내 가상화폐 가격도 17일 오후부턴 머스크 발언 반응 강도가 크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머스크에 대한 불신은 테슬라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자율주행을 선도했던 테슬라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올해 1월25일(미국시각) 900달러까지 치솟았던 테슬라 주가는 5개월여 만인 17일 576달러까지 급락했다.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서학개미들도 이달 들어서만 테슬라 주식을 4천672만달러어치나 팔아 치웠다. 온라인상에서는 테슬라 차 불매를 촉구하는 해시태그(#)까지 등장할 정도다.

투자자들의 불신과 분노 지수가 높아지면서 여론도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붕괴시키는 1인 임무를 띤 것 같다. 장기적으로 그의 영향력은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CEO의 의무마저 저버린 머스크의 일탈은 테슬라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을 독점해오다시피 한 테슬라는 글로벌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에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에서 점유율 급락, 기존 완성차 업계의 도전, 자율주행차의 잇단 사고 등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큰돈을 벌었던 마이클 버리가 테슬라 주가 하락(공매도)에 6천억원을 베팅한 이유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잘 새겨봐야 할 것이다.
임성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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