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헤리티지 센터'는 미국 LA '게티센터 벤치마킹' 예정

  • 임훈
  • |
  • 입력 2021-06-01 20:09  |  수정 2021-06-03 09:48  |  발행일 2021-06-02
대구시, 이건희 미술관 건립비 전액 부담 의사...본격 유치전 나서
유치 성공하면 '이건희 로드'로 명명된 이건희 투어루트 운영 방침
2021060101000059300001463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 후적지에 계획된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 배치도.대구시 제공

1일 대구시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 건립을 정부에 제안하고 건립비 2천500억원을 부담하겠다고 밝히면서 '이건희 미술관'이 대구시민의 품에 안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옛 경북도청 터 복합문화공간
美 '게티 센터' 벤치마킹 예정
대구미협·영남미술학회 회원
3일 수도권행 움직임 비판성명


이건희 미술관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 수집한 '이건희 컬렉션' 2만3천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에 따른 문화·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여 대구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가 유치전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시는 대구가 1920년대부터 한국 근대미술의 중심지라는 것과 글로벌기업 삼성의 발상지라는 점, 남부권 교통의 허브로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다 이건희 미술관 건립비 전액을 대구시에서 부담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라는 구체적 청사진까지 제시, 유치 의사를 내비친 지자체 중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1060101000059300001462
대구시가 1일 밝표한 이건희 생가터 주변 역사공원 위치.대구시 제공

◆문재인 정부 문화분권 실현 시험대
대구의 이건희 미술관 유치는 '문화분권'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시에 따르면 국립미술관은 국립현대미술관 1개소 뿐이며, 그 전시관 3개는 모두 서울과 수도권에 있다.

 


대부분 국립 문화시설이 서울에 집중돼 있지만, 수도권의 이건희 미술관 유치 움직임은 여전히 거세다. 서울 언론과 미술 단체를 중심으로 수도권에 국립근대미술관을 건립해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하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건희 컬렉션 2만3천여 점을 전시할 미술관을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건립하는 것에 대해 서울시에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서 미술계 인사들로 구성된 '국립근대미술관 건립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준비위원회'가 송현동 부지에 한국근대미술관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나온 움직임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문체부로부터 공식 제안이 오면 서울시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화관광체육부는 "여러 지역 중 송현동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차원이지 구체적으로 협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대구시는 2일 오전 이광수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비롯해 이병국 수석부이사장 등 한국미술협회 회장단을 만나 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한 상호 협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대구시는 문화예술 발전 전략을 공동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이건희 미술관 대구 유치에 관해 이해와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지역 미술 단체도 이건희 미술관 건립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3일 오후 2시 대구미술협회(회장 이점찬) 및 영남미술학회(회장 이중희)는 회원 일동 이름으로 이건희 미술관 건립 관련, 작가와 미술학회의 주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한다.


두 단체는 공동으로 "서울 일각에서 추진 중인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추진운동'은 '이건희 미술관'건립을 검토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이며, 기증자 작품 전부를 보존시키기 위한 온전한 '이건희 미술관' 건립 취지를 훼손하는 처사로 크게 우려한다"는 뜻을 밝히는 동시에 "두 단체는 대구시민 및 대구미술인과 더불어 대통령의 지시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온전한 '이건희 미술관' 건립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예정이다. 

2021060101000059300001461
1일 대구시가 공개한 4.7km 구간의 '이건희 로드'. 삼성상회터에서 출발해 이건희생가터 대구오페라하우스, 삼성창조캠퍼스,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로 이어진다.대구시 제공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 이건희 미술관 품는다
이날 시 발표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다. 시가 정부에 제안한 센터의 입지는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 후적지다. 정부가 600억원에 달하는 3만2천㎡ 부지를 제공한다면 대구시가 건립비 2천500억원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시는 센터를 이건희 컬렉션의 가치에 맞는 전시관과 수장고를 갖춘 미술관, 삼성의 기증 정신을 지킬 아시아 최고 수준의 미술보존센터와 야외문화공간이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미국 LA에 있는 게티 센터를 벤치마킹할 예정이다.

 


센터의 중심이 될 '이건희 미술관'은 지상 4층 규모에다 건축면적 1만㎡, 건축연면적 4만㎡로 조성될 계획이며, 총 1천800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미술보존센터는 지상 5층, 건축면적 2천㎡, 건축연면적 1만로 건립될 예정이며 총 500억원의 사업비가 든다. 2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문화복합공간은 2만㎡ 부지 위에 조성되며 조각공원, 잔디광장, 음악분수, 야외공연장을 비롯해 500여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1만5천㎡ 넓이의 주차장이 포함돼 있다.


이건희 미술관이 대구로 온다면 이건희 생가 복원 및 공원 조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시 발표에 따르면 해당 시설은 중구 서성지구 이건희 생가터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역사공원 면적은 5천389㎡로 계획됐다.


시는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성공하면 '이건희 로드'로 명명된 이건희 투어루트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1938년 3월1일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삼성상회'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한 삼성상회터를 출발지로 이건희 생가공원, 대구오페라하우스, 삼성창조캠퍼스, 이건희 헤리티지 센터를 잇는 4.7km 구간 걷기길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이건희 미술관을 넘어 대구 곳곳에 산재한 삼성의 역사와 공간을 '연계해 대한민국형 빌바오 효과'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임훈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