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성의 사주 사랑(舍廊)]- 독버섯: 백호대살과 가취멸문법

  • 우호성 명리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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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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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딸의 혼사를 걱정하는 어머니가 메일을 보내왔다.

“인터넷에서 선생님 글(가취불문법/생월궁합법 등)을 읽었습니다.
제 딸 사주에 백호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백호살이 있으면 가까운 부모, 남편, 자식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늘 제 맘속에 불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순간순간 떠오르고 딸아이와 남자 친구와 결혼했을 때 평범하게 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금의 남자 친구는 음력 3월생이고 제 딸은 음력 7월생입니다. 상극이라고 합니다. 물론 선생님께서는 월로 보는 궁합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하셔서 일단 안심했습니다. 사주를 백 프로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딸이 지금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가 더 깊어지기 전에 이왕이면 좋은 사주의 남자를 만나 궁합이 잘 맞는 사람과 결혼해서 백년해로했으면 합니다. 죄송하지만 딸 사주와 궁합이 궁금합니다.”

한때 필자는 영남일보 지면을 통해 독자들을 위한 ‘사주문답’을 무료로 운영한 바 있다. 이걸 그만둔 지가 오래되었는데도 그때 썼던 글이 인터넷에 떠도니, 앞의 어머니는 필자가 아직도 무료로 ‘사주문답’을 하는 줄 알고 위와 같이 신청해온 것이다. 이 어머니는 당시 필자가 쓴 글을 통해서 백호대살(白虎大殺)로 사주풀이나 가취멸문법(嫁娶滅門法/생월궁합법)으로 보는 궁합은 엉터리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뚜렷이 보인다.

백호대살은 신살(神殺)의 하나이다. 신살이란 중국 송나라 때 사람 서자평(徐子平)이 명리학의 체계를 세우기 전에 운명을 보는 도구로서 그 종류는 180여 종이다. 서자평은 명리학의 체계를 세우면서 기존의 신살은 모두 배격했다.

서자평이 세운 명리학의 체계란 첫째 오행의 생극제화(生剋制化) 둘째 통변성(通變星)의 희기(喜忌) 셋째 지지(地支)의 충형회합(冲刑會合)으로 운명을 보는 법이다. 서자평이 세운 명리학의 체계가 정통명리학(자평명리학)이다. 그러므로 신살은 정통명리학의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180여 개의 신살 중 일부는 참고로 보면 맞는 부분이 있어서 정통명리학계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호대살은 맞지 않으므로 버려야 한다. 백호대살은 戊辰, 丁丑, 丙戌, 乙未, 甲辰, 癸丑 등 4개의 간지이다. 이게 사주 중 어디에라도 있으면 백호대살이 있다고 한다. 백호대살이 의미하는 내용은 매우 흉하다. 용맹하고 싸움을 좋아하고 매사에 막힘이 많으며, 피를 보는 횡액을 당하거나 비명횡사한다는 등등. 들으면 겁나고 공포스럽다.

시중과 온라인의 점술사들이나 정통명리학을 모르는 자들이 백호대살로 사주를 보고 궁합을 본다. 백호대살을 들먹이는 점술사들의 말을 믿지 말기 바란다. 그들의 말에 공연히 겁먹지도 말기 바란다. 사주는 오행의 생극제화, 통변성의 희기, 지지의 충형회합으로 봐야 한다. 오행의 생극제화, 통변성, 충형회합에 대한 언급은 없이 백호대살을 말하는 자들은 엉터리이므로 그들의 말에 혹하지 마시기 바란다.

가취멸문법은 남자의 음력 생월과 여자의 음력 생월을 대조해서 무슨 달에 태어난 여자와 무슨 달에 태어난 남자가 결혼하면 가문이 망한다는 논리의 궁합법이다. 가취멸문법에 해당하는 남녀의 생월 조합은 다음과 같다. 1월생 여자-9월생 남자, 2월생 여자-8월생 남자, 3월생 여자-5월생 남자, 4월생 여자-6월생 남자, 5월생 여자- 1월생 남자, 6월생 여자-12월생 남자, 7월생 남자-3월생 여자, 8월생 여자-10월생 남자, 9월생 여자-4월생 남자, 10월생 여자-11월생 남자.
황당하기 짝이 없는 논리다. 정통명리학을 모르는 점술사들은 이 가취멸문법으로 궁합을 본다. 기가 찰 노릇이다. 앞의 어머니의 딸은 음력 7월생이고 딸의 남친은 음력 3월생으로서 가취멸문법에 해당하니 나쁜 궁합이라는 말을, 그 어머니가 어디서 들은 듯했다. 필자가 가취멸문법으로 보는 궁합은 전혀 맞지 않으므로 절대로 믿지 마라고 아무리 역설해도, 어머니로서는 어디서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 어딘가 찝찝하고 불안한 게 사람의 심리이니 어쩌면 좋을까?

가취멸문법으로 궁합을 보고 백호대살로 운명을 논하는 자들 때문에 명리학은 미신 취급을 받는다. 정통명리학을 올바로 배우고 공부해도 한 사람의 운명을 판단하기란 어려운 일인데, 신살로 남의 인생을 함부로 재단하고, 엉터리 가취멸문법으로 결혼의 가부와 결혼생활의 성패를 예단하는 술사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횡행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누누이 말하지만 궁합은 남녀의 생월만을 대조해서 봐서는 절대 안 된다. 궁합은 띠로 봐서도 절대 안 된다. 궁합은 정통명리학에 기반한 이론으로 두 사람의 사주 전반(성격, 건강, 재물복, 배우자복, 자식복, 관복 등과 미래 전망)을 먼저 본 다음, 두 사람의 조화(성격 조화, 음양오행 조화, 배우자궁의 조화, 성의 조화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게 정통궁합법이다. 정통궁합법으로 궁합을 보는 일은 고난도 작업이므로 명리학 실력을 고도로 갖춰야 한다.

 

 

■우호성<△언론인(전 경향신문 영남본부장)△소설가△명리가(아이러브사주www.ilovesajoo.com 운영. 사주칼럼집 ‘명리로 풀다’출간)△전화: 010-380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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