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14년 만에 4천가구를 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4천296가구에 달했다. 한 달 전보다 1천140가구, 무려 36.1% 급증한 것이다. 4천가구를 넘어선 것은 2012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전국 증가 물량(1천752가구)의 65.1%가 대구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지방 주택시장 침체의 진앙지가 대구임을 거듭 보여준 것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일반 미분양과는 차원이 다르다. 공사를 마쳤는데도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수요 예측 실패와 공급 과잉이 현실의 수치로 드러났다는 뜻이다. 건설사는 분양대금 회수가 막히고 금융비용 부담이 커진다. 결국 할인 분양과 급매가 이어지고, 이는 인근 시세를 끌어내리며 신규 분양시장까지 얼어붙게 만든다. 시장의 기대 심리가 꺾이는 순간 침체는 더 빠르게 확산된다.
대구는 14년 전에도 이 같은 고통을 경험한 도시다. '미분양 무덤'이라는 오명을 쓸 만큼 장기간 공급 과잉의 후유증을 겪었다. 이번 위기가 더 심각한 것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생과 인구 감소, 청년층 유출, 실수요 축소가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라 과거처럼 시간이 지나면 수요가 회복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외곽 지역이나 선호도가 낮은 입지의 물량은 실수요만으로 소화하기 쉽지 않다. 결국 공급은 남고 수요는 줄어드는 구조적 불균형이 고착화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분양 장기화는 지역 건설업계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으로 직결된다. PF 부실은 신규 사업 위축에다 지역 일자리 감소, 금융권 부담 확대로 연결된다. 부동산 침체가 지역경제 전반의 둔화로 번질 수 있다는 뜻이다. 대구뿐 아니라 경북까지 충격권 안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공급 확대의 관성에서 벗어난 냉정한 구조조정이다. 수요 없는 공급을 보태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분양 물량에 대한 공공의 선별적 매입과 임대 전환, 청년·신혼부부 대상 실수요 지원, 공급 속도 조절 등 현실적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동시에 지역 산업과 일자리 기반을 강화해 실제 주택 수요를 회복하는 근본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수치는 지역경제의 체력과 미래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는 경고 신호다.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시장 체질 개선에 나설 때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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