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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경〈한의사〉 |
아침에 커피를 내리는데 라디오에서 바흐의 '커피칸타타' 중 '아! 커피 맛은 얼마나 기막힌지'가 흘러나온다. 소프라노가 하이톤으로 "커피 커피" 하며 발랄하게 노래한다. 커피를 못 마시게 말리는 아버지와 죽어도 마시겠다는 딸이 실랑이를 벌이며 유쾌하게 부르는 노래다.
커피를 음료로 마시기 시작한 것은 AD 8세기경 이슬람교의 수피교도에서부터 시작했다. 수피교도들이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은 밤새워 명상을 수행할 때 커피의 각성 효과가 도움이 되어서였다. 커피는 오스만제국을 거쳐 17세기에 이르러 유럽에 전파되었다. 1652년 런던에 유럽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생긴 후 1683년에는 유럽 전역에 커피하우스가 3천여 곳으로 늘어났다. 사람들은 커피하우스에 모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을 벌였다. 중세의 음료인 와인이 감성의 음료라면, 커피는 근대 산업혁명과 맞물리며 각성과 이성의 음료로 각광 받았다. 바흐의 '커피 칸타타'는 이런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된 커피 광고 음악이었다.
베토벤은 매일 커피콩을 60알씩 세어서 직접 갈아 마셨다. 베토벤은 수입 중에서 한 달 마실 커피 값부터 따로 챙겨놓았다고 한다. 베토벤은 커피콩 60알에서 60개의 영감을 얻는다며 커피를 예찬했다. 만일 베토벤에게 더 많은 커피가 허락되었다면 위대한 명곡이 더 나왔을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는 '커피가 胃(위)로 미끄러져 들어가면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라고 커피를 찬양했다. 그는 진한 커피를 연거푸 마시며 사흘 밤낮을 잠도 자지 않고 글만 쓰기도 했다. 체력이 고갈되면 또 커피를 마시며 자신을 극한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과도한 커피로 인해 그는 말년에 극심한 위통에 시달렸다. 그의 위대한 문학적 성과는 다 커피의 힘이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인스턴트 커피로 시작해서 드립커피머신, 모카머신, 고압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를 거쳐 이제는 핸드드립을 하고 있다. 누군가가 커피의 종착역은 핸드드립이라고 하더니 나는 어느 새 종착역에 다다랐다. 커피의 종류, 원두의 볶은 정도, 물의 온도, 그날의 날씨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진다. 나는 살짝 신한 맛이 도는 약배전의 커피를 좋아한다. 손수 콩을 갈고 주전자로 천천히 물을 부어가며 커피를 내리는 일은 내게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이다. 월요일 아침 그윽한 커피 향과 바흐의 커피 칸타타! 출발이 좋다.
이은경〈한의사〉
이은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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