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새로운 도전

  • 정선현 극단 한울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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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30  |  수정 2021-06-30 08:08  |  발행일 2021-06-30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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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현〈극단 한울림 배우〉

살면서 새로운 일에 뛰어들 기회가 종종 있기는 했지만, 그런 상황이 생겨도 내가 그 일을 잘 해낼지 두려워만 하다 거절하곤 했다. 어찌 보면 그 거절 덕분에 대부분의 날을 크게 잃는 것 없이, 마음의 큰 사건 없이 평탄하게 지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왜 그랬을까. 왜 '덜컥' 한다고 했을까. 원래대로의 나라면 고심 끝에 거절했어야 했다. 글재주가 없는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나를 비웃는 모습을 좀 더 그려봤어야 했고, 말도 안 되는 내 글을 보고 당황스러워할 담당자의 모습도 상상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때 마음에 무슨 새바람이 불었는지 나는 두 달 전 당당히 영남일보 '문화산책'에 글을 싣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잘한 일이었다. 난생처음 기간 내에 글을 제출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지만, 글을 쓰기 위해 어느 때보다 내가 하는 일과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 자체도 좋았다.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고, 결심 또한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나의 '졸필'로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미안한 마음보다도 '글쓰기'라는 새로운 숙제를 받아들이고 해결한 내가 대견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 본 적 없는 나에겐 크나큰 사건이다.

인생을 살며 생각해본 적 없는 일에 도전하고 또 무사히 끝을 맞이하니, 그동안 갖은 핑계로 거절하던 모든 일이 떠올랐다. 시도조차 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살아왔던 날들이 후회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의 비난이 얼마나 오래간다고. 그 일을 좀 못 하면 어때. 엉망이어도 괜찮잖아" 원래대로의 나라면 생각도 못 할 문장들을, 이제는 마음속으로 되뇌게 됐다.

아쉽게도 영남일보 문화산책 연재는 끝났지만 글은 계속 써보려 한다. 일기처럼, 시처럼, 소설처럼 어떤 종류의 글이라도 계속 써야겠다. 형편없는 한 편의 희곡이 완성되어도 좋을 것 같다. 그 희곡을 시작으로 또 다른 희곡을 써내려 갈 수도 있겠지. 작은 점 하나가 커다란 원이 되어 퍼져가듯 글을 쓴다는 것, 새로운 도전을 수락했다는 것, 그것이 불러온 결과는 또 다른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놀라운 용기다.
정선현〈극단 한울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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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현 극단 한울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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