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

  • 김서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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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5  |  수정 2021-07-05 08:04  |  발행일 2021-07-05 제20면

김서울
김서울〈화가〉

여행을 할 때면 주로 한 도시나 한 지역에서 장기체류를 선호하는 편이다. 여행지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며 그 곳에서의 일상 속으로 녹아드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짧게는 열흘, 길게는 몇 주의 시간을 보내다보면 관찰하는 것을 넘어 나 역시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이 주는 즐거움이 제법 크다. 마음에 든 카페를 매일 아침 가다보면 어설픈 외국어와 절박함이 묻어나는 보디랭귀지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어제도 마주쳤던 주민이 친근함을 담은 눈인사를 건넨다. 그런 순간들이 쌓이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은 결국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안도하게 되고, 지구라는 공간을 공유하는 한 사람이 되어 그 순간을 만끽하고 돌아온다.

예술가에게는 공식적으로 타국의 낯선 일상에 녹아드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AIR)' 프로그램이라는 제도가 있다. 나는 일본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2017년 귀국하기 전까지 총 3개국에서 4차례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이때는 여행자의 경험과는 또 다르다. 예술가, 창작자라는 신분과 역할이 명확하고, 또 운영기관의 담당 호스트를 비롯하여 동료 예술가 등 나와의 만남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며 일상을 보내다보면 지역에 대한 애착도 더 생기고, 또 무엇보다 레지던시에서 동고동락한 사람들과 많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 이렇게 맺어진 좋은 인연은 국제교류전이나 초대 전시, 또는 방문 등의 형태로 자연스럽게 민간교류와 예술교류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0월에도 핀란드 작가의 작품을 초청하여 기획한 판화전시가 예정돼 있다. 하지만 작가가 직접 올 수 없어 작품만 바다를 건널 예정이다. 그리운 얼굴을 만날 수 없어 아쉽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장소에 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기회를 만들기 조심스러운 시기인 것이 역설적으로 이러한 경험을 더욱 갈증 나게 만든다. 대구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예술가를 받아들였던 가창 창작 레지던시도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국내 작가들만 입주하였다. 하루빨리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어 작가 간에 교류의 물꼬가 트이고 지역 미술계에도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어줄 해외작가 초청 레지던시가 다시 개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또한 다시 새로운 나라로 떠나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김서울〈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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