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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선〈극단 나무의자 대표〉 |
과연 이번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빗방울이 흩뿌리던 지난 주말, 경북 청도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내내 그 생각만 했다. 그날은 다가올 여름시즌, 청도 한 공연장에서의 주말 공연을 계약하러 가는 길이었다. 청도에서의 연극공연을 위해 이미 배우와 스태프 섭외, 출연료 조율, 연습까지 마친 상태인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연이 취소되면 어떡하지? 지난 1년 몇 개월 동안 몇 번의 공연 취소를 경험했기에 많은 걱정을 했고, 특히 극단 대표 입장에서는 상상만으로도 그야말로 하늘이 노래질 일. 때문에 비가 내려 더 낭만적이었을 청도의 풍경도, 빛깔 곱고 맛있기로 유명한 청도 복숭아 맛도 관심 밖이었다.
이런저런 걱정과 고민의 시간 사이에서 문득 어느 드라마에서 본 여배우의 대사가 떠올랐다. "삶이 힘든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 지금 이 순간을 매일 누릴 자격이 주어진, 별 것 아닌 하루 같지만 살 가치가 충분한 오늘을,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에 대한 고민으로 전전긍긍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따지고 보면 언제는 내일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시작한 일이던가. 단 하루라도 준비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관객들과 그 작품으로 소통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야 하는 것을.
코로나 팬데믹 시대. 예술이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는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공연장을 찾는 게 웬 말인가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아니 적어도 나는 한 번도 공연을 멈추겠다거나 해보기도 전에 포기한다는 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아마 많은 동료들이 나와 같은 마음 아닐까 생각하니 복잡한 머릿속이 어느덧 개운해진다.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가끔은 흔들려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오늘을 살아가야겠지. 조만간 닥쳐올 공연개최 여부에 빠짝빠짝 목 타 하지만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매일매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체크하며 불안에 떨며 오늘을 망칠 수는 없다. 머지않은 그날, 마스크를 벗고 관객들과 함께 즐겁게 공연할 수 있는 그 날까지 '눈이 부시게' 오늘을 살아보려 한다.
김민선 극단 나무의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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