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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대성〈동시인〉 |
"해야 되는데 해야 했는데."
하상욱 시인이 쓴 '효도'라는 제목의 짧은 시다. 시를 보자마자 아버지가 떠올랐다. 얼마 전 아버지는 '관상동맥 우회술'이라는 심장 수술을 했다. 심장으로 들어가는 주요 혈관이 막혀서 혈액이 들어가는 통로를 만들어 주는 수술이었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위험한 수술을 앞두고 그동안 미뤘던 효도가 후회됐다. 그러면서 '효도'라는 시가 뾰족한 가시가 되어 내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버지는 2주간 입원한 후 무사히 집으로 퇴원했다. 아버지가 병원에 있는 동안 나는 매일 병원으로 퇴근했다. 그동안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아버지 곁에 머물러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가까이서 아버지를 지켜보니 아파도 식성이 좋아서 식사를 꼬박꼬박하셨고 간식까지 챙겨 드셨다. 낯설게 느껴지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특히 담당 교수님이 질문하면 긴장한 학생처럼 대답도 상냥하게 잘하셨다. 그동안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있던 무뚝뚝한 아버지 모습과 너무 달라서 적응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다른 아버지 모습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의 인간적인 면을 엿볼 기회가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러한 기회를 만들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았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조지 버나드 쇼의 유명한 묘비명처럼 자칫 잘못하면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 뼈저리게 후회할 뻔했다. 아버지의 수술이라는 위기는 오히려 내게 효도할 기회를 선물했다.
아버지는 퇴원 후 집에서 몸조리하며 조금씩 회복하고 계신다. 아버지께 퇴원 기념으로 전기 자전거를 선물해 드렸다. 건강이 좀 더 회복되면 자유롭게 다니시면서 즐겁게 생활하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 전한 선물이었다.
조만간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아버지와 나 그리고 아들, 이렇게 삼대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삼대가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리려고 한다. 삼대가 나란히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약간 웃길 수도 있겠지만 남들의 시선이 뭐가 중요할까. 계획만 세우다가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다 싶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부모님이 떠오른다면 지금 당장 안부 전화를 드리면 좋겠다.
백대성〈동시인〉
백대성 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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