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떤 놀이터가 있으신가요

  • 백대성〈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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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2 07:39  |  수정 2021-07-22 07:59  |  발행일 2021-07-22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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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성〈동시인〉

장마가 시작되고 아들의 투정도 함께 시작되었다. 주말까지 비가 오니 나가서 자전거를 탈 수도 없고, 친구들과 놀 수도 없다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아이는 집에만 있으려니 심심했던지, 체육체험학습에서 당구를 쳤는데 재미있었다며 집에서 당구를 치겠다고 했다. 집에서 어떻게 당구를 치느냐고 반문하자, 만들면 된다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는 책상을 밖으로 빼내더니 하드보드지를 길게 잘라 테두리를 세워서 당구대를 만들었다. 기다란 막대를 당구 큐대로 변신시키더니, 당구공 대신 탁구공을 활용해서 간이 당구장을 뚝딱 완성했다. 아들이 한 시간 이상을 공들여 만든 간이 당구대에서 당구 시합을 함께 즐겼다.

아들과 함께 놀다 보니 틈만 나면 놀 궁리를 하던 어린 시절과 놀이터, 골목이 떠올랐다.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며 신나게 뛰어놀기도 했지만, 골목에서도 다양한 놀이를 즐겼다. '구슬치기' '숨바꼭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하며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빛 좋은 개살구'와 같다. 새 아파트에 멋진 놀이터가 생겨도 놀 시간이 없다. 주말에도 학원에 가거나 공부로 바쁘다 보니 놀 생각도 못 한다. 바쁜 아이들이 손쉽게 선택하는 놀잇감은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속 가상 세계가 아이들이 자주 들르는 놀이터가 되는 듯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러한 문제는 아이들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어른들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 놀이 기구가 있는 놀이터가 아니라, 즐겁게 흠뻑 빠져 놀 수 있는 놀이를 할 수 있는 터전이라면 그곳이 놀이터다. 필자는 테니스, 커피, 와인, 독서, 글쓰기, 요리, 여행,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놀잇감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 중 일부는 요즘 함께 즐기지 못하지만 혼자서라도 꾸준히 즐기려고 한다.

요한 하위징아는 '호모루덴스'에서 놀이하는 인간을 '호모루덴스'라고 칭했다. 모든 인간의 행위가 놀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문명은 놀이 속에서 생겨났고, 놀이로써 발전해 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더 신나게 놀아야 한다. 건강하게 잘 놀수록 문명이 더 발전할 테니까.

나만 잘 놀아서도 안 된다. 가족 구성원 모두의 놀이터를 존중해줘야 한다. 그래야 내게도 즐겁게 놀 시간이 주어진다. 지금 당장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행복한 놀이터를 찾아보자.
백대성〈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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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성〈동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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