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김동연 전 장관의 자가당착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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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3   |  발행일 2021-07-23 제22면   |  수정 2021-07-23 07:15
보유세 강화 미온적 태도로
투기 바람 '광풍' 만든 인물
부동산정책 실패 반성 없이
사실상 대선출마 선언 책엔
토지공개념 등 정반대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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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문재인 정부 초대 기재부 장관을 지낸 김동연씨가 사실상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문 정부 고위공직자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세 번째다. 이러다가는 고위공직을 차기대권의 디딤돌로 삼는 새로운 경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전 장관의 경우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을 요하는 자리가 아니었으니 다른 두 사람보다는 문제의 심각성이 덜 하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받을 비난이라면 자신을 중용한 대통령을 '배신'하고 야권 후보의 행보를 보인다는 점 정도다. 그런데 김씨가 사실상의 출마선언과 함께 내놓은 정책구상이 장관 재직 시에 보였던 언행과는 정반대여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는 최근 '대한민국 금기깨기'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한국사회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함께 대한민국호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구상을 담았다.

필자는 책의 주요 내용을 보도한 기사를 보다가 이상한 내용을 발견했다. 김씨가 부동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토지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기사에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국토보유세와 지대세를 제시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지 않고서는 부동산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음을 강조하며 국토보유세 제도를 창안했던 필자로서는 반갑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해서 책을 직접 읽어보았다. '거품경제 금기깨기'라는 제목이 붙은 장에서 김씨는 필자의 생각과 거의 꼭 같은 견해를 밝히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사회적 요인으로 오른 토지가치 불로소득의 귀속에 있다"라든가, "우리는 부동산문제를 아파트값 상승 문제로 압축하고 불안정한 시장상황 잠재우기에 주력해왔다"라는 문장은 마치 그가 필자의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간 느낌을 줄 정도다.

게다가 그는 조세저항을 해결할 방안으로 국토보유세를 걷어 기본소득으로 나눠주는 방법을 소개한다.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로 알려진 이 정책은 2017년 필자와 한신대 강남훈 교수가 처음 주장했다. 정책공론장에서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김씨가 출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필자의 오래된 견해를 갖다 쓴 데 대해서는 시비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기재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부동산투기 억제에 꼭 필요했던 보유세 강화를 저지하고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찔끔증세'로 만든 장본인이 지금 와서 그때와 정반대되는 구상을 제안하는 자가당착에 대해서는 따끔한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씨는 2017년 9월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초과다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적극 검토할 것을 주장하자 "보유세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했고, 201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모 교수, 모 광역자치단체장의 국토보유세라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기재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그 정도의 증세규모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해설을 덧붙였다.

문 정부 초기에 김 전 장관이 보유세 강화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결과 수도권에서 불고 있던 투기 바람은 '광풍'으로 발전했다. 투기꾼들이 김씨의 언행에서 정부가 투기에 강력히 대처할 의지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인물이 아무 반성과 사과도 없이 재직 시의 입장과 정반대되는 구상을 제시하며 대선출마를 선언하다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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