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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희〈미술사학자〉 |
중국 4대 미인 중에서 양귀비는 어떤 스타일의 미인일까. 당나라 현종 때이니 현대인 눈으로 보면 뚱보 중 뚱보인 것이 분명하다. 당나라 궁중미녀 그림을 보면 풍만한 뚱보들이었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 다르다. 그런데 일본인과 한국인은 아름답다는 느낌이 어떨까.
필자가 일본유학 시절 처음 도쿄국립박물관에서 너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미술작품은 거의 없고 처음 보는 무사들의 칼과 마치 포장용 색종이 같은 귀족 의복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도대체 저렇게 서슬퍼런 칼들에 무슨 아름다움이 있으며, 저렇게 꽃장식 포장지 같은 의상들이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그때의 충격으로 전공연구와 별도로 일본을 연구대상 삼아 제대로 탐구해보려 했다. 그 결과를 40년이 지난 지금 집필 중에 있다.
한일 간 미의식의 차이를 요약하면, 우리는 자연을 절대순수로 간주하여 인간이 자연에 동화되려는 자연합일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인위적 작위성을 거부하고 천성에서 우러나는 순수한 정감교류로 살아왔다. 일본은 어떨까. 대륙성기후와 해양성 기후가 서로 맞부딪치는 지점이다 보니 잦은 자연재해, 거기에다 지진 등으로 인해 자연은 의지할 대상이 못되었다. 또 수많은 크고 작은 섬들로 경계를 이루다 보니 서로 적대시하는 문화풍토가 뿌리내렸다. 그래서 생사를 내건 잦은 다툼, 자연보다는 인위가 우선시되는 미의식이 바탕을 이룬다. 소름끼치지만 일본미의 원점이 무사용 칼에 있다는 일본학자도 있으니 말이다. 인접한 국가임에도 이렇게 자연중시와 인위중시로 갈라진다.
우리의 전통한복은 채색을 거부한 백색이지만, 일본전통 기모노는 화려한 채색이 특징이다. 우리 그림은 수묵화, 일본 그림은 눈부신 채색화다. 정원수에서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란 자연미가 담긴 나무들을 좋아하지만, 일본은 온갖 손질로 다듬은 분재형 식물과 꽃꽂이에 빠져 있다. 음악에서도 그렇다. 한국인은 내면으로 솟구치는 흥취를 토해낸다. 일본은 온갖 기교로 다듬은 가녀린 가락에다 인형처럼 기계적인 동작으로 꾸며낸다.
요즘 한국의 미가 세계로 통하여 한류가 미국 빌보드를 장식한다. 한때는 일본이 그런 시기가 있었다. 이제는 우리의 천성적인 미의식이 인위의 미를 밀어내는 형국이다. 천성에서 솟구치는 활화산 같은 흥취로 세계를 제패하자. 우리의 K팝으로..
이중희〈미술사학자〉
이중희 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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