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엄마의 삶, 예술가의 삶

  • 김서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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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09  |  수정 2021-08-09 08:40  |  발행일 2021-08-09 제21면

김서울
김서울 (화가)

엄마라는 역할을 가진 여성 예술가를 주위에서 자주 본다. 누구 하나 엄마의 존재에서 비껴나서 살아 온 사람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 번쯤 그 삶을 헤아려 볼 수는 있을 것이다.

2015년 중국 심천의 국제 판화 레지던시에서 리디야 안타나시예비치(Lidija Antanasijevic)라는 세르비아 출신의 영국 작가를 만났다. 29세 때 지금의 남편과 함께 세르비아 내전을 피해 영국으로 이주한 리디야는 주변 작가들을 대하는 성품이 넉넉하고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작업에 대한 진지한 자세가 매우 인상 깊었다. 그녀는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삶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작품에 대한 진심이 담긴 조언들과 함께 그녀는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엄마가 되는 일도 배제하지 말고 살았으면 한다고 했다. 물론 자신은 육아를 하면서 모든 작가활동을 원하는 대로 다 하지는 못했지만 한 번도 그것을 아깝다거나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보석 같은 아들을 기르면서 느낀 기쁨과 영감이 더 크게 세상을 보고 깊게 사유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이런 멋진 일을 작가 활동을 이유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아들이 성인이 된 후 그녀는 설치, 영상, 사진, 판화 등 여러 장르를 누비며 정력적으로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이것은 엄마의 의무에서 해방된 후부터 탄생한 작품이 아니라 육아 중에도, 가족들을 보살피는 중에도 작가의 삶이 체화된 그녀의 머릿속에, 인생 안에 녹아들어 있던 작품이 지금에 와서 물체화 된 것이다. 리디야의 작품을 보면 단 한 번도 예술가가 아니었던 적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예술가에게 항상 자신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곧 창작의 불가능함을 이야기 하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그 두 가지 역할을 묵묵히, 당연하다는 듯이 해내고 있는 동료 예술가들을 보면 절로 존경심이 생긴다. 그러나 굳이 그녀들이 엄마라는 점을 상기하며 작품을 감상할 필요는 없다. 작품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엄마라는 일상을 보내는 중에도 예술가가 아니었던 순간이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임으로. 예술가로서 진지하게 작품과 마주하고 있는 수 많은 엄마들에게 마음의 박수를 보낸다.

김서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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