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늙어서 고지식하게 되는 이유

  • 이중희 미술사학자
  • |
  • 입력 2021-08-24  |  수정 2021-08-24 08:08  |  발행일 2021-08-24 제15면

이중희
이중희〈미술사학자〉

늙어갈수록 도량 넓은 관용자가 될까, 아니면 고지식하게 될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오랜 기간 축적된 경험과 경륜으로 포용적인 관용자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실제는 정반대로 변한다. 이제 70 고개에 오르는 필자가 매일 쓰는 일기를 통해 의식변화 추이를 분석하다 보니 노화 현상 과정이 읽힌다. 노화 현상은 신체든 정신이든 모두 굳어져 가는 경화 현상이다. 몸도 고정된 자세를 지속할수록 더욱 딱딱하게 굳어간다. 그러니 몸의 유연성을 유지하려면 부단히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곧 늙어갈수록 운동이 더욱 중요해진다.

문제는 사고력의 노화 현상이다. 뇌리에는 지식정보라는 나무가 자라고 있어 외부로부터 입력되는 수많은 지식정보를 매달고 있다. 그런데 늙으면 지식정보 열매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 순서를 주목해야 한다. 어릴 적 달라붙은 열매일수록, 어떤 충격으로 얻어진 열매일수록 나무둥치 쪽 깊은 곳에 착 달라붙어 있다. 반대로 표면의 잔가지에 매달린 열매일수록, 강도가 약한 열매일수록 쉽게 떨어져 나간다. 즉 늙을수록 가지 끝자락 고리가 약한 지식정보부터 떨어져 나간다. 그러니 늙어가면 끝까지 매달린 케케묵은 지식정보만으로 사고력이 이루어져 고지식한 사고가 될 수밖에 없다. 제한된 수량의 과거 지식정보만으로 된 사고 현상이다 보니 고정된 사고 패턴으로 바뀌고, 같은 사안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적으로 사고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생각할 때마다 다른 결론에 도달하기보다는, 같은 일을 같은 결론으로 자꾸만 곱씹게 된다.

사고 재료의 축소화, 신변 주변화, 고정관념화라는 그런 고령화 현상에서 탈피할 방도는 없을까. 즉 사고의 소재들이 더욱 다양화하고, 내면화해 풍성하고 유연한 사고 현상을 유지하는 길, 그런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야만 고지식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젊은 시절 못지않게 많은 양의 지식정보를 집중해 흡수하지 않고는 안 된다. 결국, 독서하는 길뿐이다. 또한, 얻어진 지식정보들이 쉽게 도망가지 못하게 지식정보를 나뭇가지에 꽁꽁 묶는 방도도 찾아야 한다. 필자는 그 길을 일기 쓰기로 차곡차곡 담아두려고 노력한다. 글쓰기란 외부의 지식정보를 자기화하는 소화 과정이자 열매를 붙들어두는 창고지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필수 덕목이 되는 공부의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중희〈미술사학자〉

기자 이미지

이중희 미술사학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