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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선〈극단 나무의자 대표〉 |
어린 시절 동네 어귀에 나가면 정답게 이름을 불러주던 동무가 있었다.
이웃에 사는 아주머닌 나를 보고 "민선아" 하며 정이 넘치게 나의 이름을 불러 주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때를 추억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늦으면 큰소리로 밥 먹으러 오라는 부모님들의 고함치던 기억들….
참 정이 묻어나는 시절이었다. 나의 이름을 불러주던 사람들….
그 시절의 동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문득 보고 싶고 그리워진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생각난다. 책을 읽다 보면 사하라 사막에서 어린왕자가 여우에게 친구가 되어 놀자는 대목이 나온다. 그럼 여우가 말하길 "우린 서로 놀 수가 없어. 서로 길들지 않아서…. 그리고 길들인다는 것은 우리 서로가 시간을 두고 관계를 맺는 거야. 그럼 서로에게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지"라고 얘기해 준다.
우리는 첫 만남을 통해 서로 인사하며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그리고 이름을 불러주며 '나'와 '그'가 관계를 맺으며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간다. 물론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름은 내 것인데 내 것이 아닌 것도 같다. '나' 아닌 '그'가 불러 주어야 의미가 있다.
이름을 알아가고 불러주는 것은 사람을 만나서 이루어지는 첫 단추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는 그는 나에게 별 의미 없는 존재이지만, 관계를 맺으며 상대방에게 나의 이름이 불리면 그에게 나는 어떤 존재로 변하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어 한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어 한다.
하여 사람과의 만남은 너무나 소중하고, 또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러줄 때 나는 그들과 그냥 스쳐 가는 관계를 맺기보다는 조금 천천히 길들어가며 의미 있는 친구가 되어주고 싶은 것이다.
두 달 동안 문화산책 칼럼을 마무리하며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소중한 이들에게 감사드린다. '나' 아닌 '그'가 부를 때 의미가 생기는 이름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진정 누군가의 이름을 부를 때 그들의 마음속이 따뜻한 의미로 채워지기를 희망하여 본다.
김민선〈극단 나무의자 대표〉
김민선 극단 나무의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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