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실핏줄 지방은행]〈3〉생존 방안..."지방은행 의무대출 비율 낮추고 '꼬마 뱅크' 설립 허용해야"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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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6   |  발행일 2021-08-26 제3면   |  수정 2021-09-1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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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 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면서 지방은행들의 자금 조달 안정성이 역대 가장 나쁜 수준까지 악화됐다. 6개 지방은행의 평균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06.5%로, 전년 동기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다.

지방은행의 위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방은행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80~90년대 경쟁력 근간이었던 지역경제는 날로 침체되고 있는 상황인 데다 변화하는 금융환경은 지방은행으로 하여금 미래 시장 대응 전략을 짜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은행의 쇠퇴는 지역경제 침체 장기화와 오픈뱅킹, 인터넷은행 확산, 비대면 금융 활성화 등으로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의 전통적 지지 고객의 충성도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지방은행들은 '지방은행'만이 가지고 있는 규제를 풀어 새로운 신수종사업의 확대를 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사태 여파 리스크 커져
자금조달 안정성 최악 상황에
작년比 시중은행과 격차 심화

지역 公기관 주거래은행 입찰
지방은행 거래 실적 반영해야
지속성장 제도적 지원 목소리


◆자금 조달 안정성 역대 '최악'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주력 영업구역인 대구경북에서 여수신 시장점유율이 2010년 이후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대구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은행의 시장점유율(총자산 기준) 역시 2016년 말 기준 12.1%에서 불과 5년도 안 된 올 1분기에는 10.9%로 감소세다.

특히 지방은행의 어려움을 한눈에 나타내는 것이 자금 조달 안정성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 시장의 불안이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돈줄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지방은행들의 자금 조달 안정성이 역대 가장 나쁜 수준까지 악화됐다.

올 1분기 말 기준 6개 지방은행의 평균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은 106.5%로, 전년 동기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다. NSFR가 떨어졌다는 것은 은행의 자금 조달 리스크가 커졌다는 의미다.

경남은행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방은행이 하락했다. 대구은행(-4.9%포인트)을 포함해 부산은행(-4.2%포인트), 광주은행(-7.3%포인트), 전북은행(-2.1%포인트), 제주은행(-9.2%포인트) 등이 수치 하락을 기록했다. 경남은행만 같은 기간 0.9%포인트 소폭 높아졌다.

반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말 평균 NSFR는 110.0%로 지방은행에 비해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시중은행도 1년 전과 비교하면 0.5%포인트 정도 낮아지긴 했지만, 하락폭을 최소화하며 지방은행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은행이 NSFR를 개선하려면 확실한 유동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자산을 많이 확보하거나 고객들로부터 대량의 장기 예금을 유치해야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면서 지방은행은 예금 영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NSFR를 개선하려면 은행 실적에 일정 부분 악영향이 미친다"면서 "실적 개선과 건전성 향상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은 지방은행들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신수종 사업에 속속 도전

물론 지방은행들도 손 놓고 급변하는 환경만을 탓하고 있진 않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 이른바 신수종사업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이데이터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전략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방은행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마이데이터' 사업이다. 이를 통해 인터넷은행의 디지털 경쟁력을 따라잡고, 시중은행과 격차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마이데이터란 개인이 금융회사나 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본인 정보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제공하면 자산관리, 맞춤형 상품 추천 등 다양한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개인은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 예비허가를 받은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본인가를 준비 중이다. 대구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자산관리(WM)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연계해 비은행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고객상담 챗봇 서비스 '앤디(ND)'를 출시했다.

이에 앞서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은 마이데이터 본인가를 획득했다. 올해 안에 스마트뱅킹 앱을 통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광주은행은 고객 자산관리를 비롯해 개인 맞춤형 종합 금융비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금·계좌, 투자, 대출, 소비, 보험, 연금 등 6개 항목의 다른 금융 회사 자산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민다. 거래내역과 계좌 상세 조회도 가능하다.

전북은행도 고객의 금융 현황을 보여주고 진단·분석·예측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전문 '꼬마 뱅크' 도입 필요

하지만 이 같은 지방은행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계형 금융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디지털 서비스 확대 후발주자로서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한 은행산업 영업 방식 변화가 자산 대비 많은 지점을 가진 지방은행의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은행별 규모 및 특성에 따른 차별적 규제 도입 필요성을 당국에 강력히 어필하는 모습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지방은행 활성화 방안 논의 토론회'에서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방은행은 지역민 예수금 기반 자금공급과 지출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해왔지만, 핀테크·빅테크 중심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 균형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면서 "지방은행 지역예금 이탈 증가로 예대율이 악화하며 지역기업 대출도 약화하고 있어 설립 취지에 위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은행 활성화를 위해 △지역 내 공공기관 주거래은행 입찰 경쟁 시 지방은행 거래실적 배점 항목 신설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항목에 해당 지역 지방은행 관련 가산점 부여 등을 제시했다.

또한 중소기업대출 의무비율도 현행 60%에서 축소하는 동시에 의부 비율 충족 시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대출비율에 대한 일정 부분 포트폴리오를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내놨다.

전문은행의 도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산업의 구조 분석과 향후 진입정책' 보고서를 통해 분야별 전문은행 도입 같은 은행산업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정책당국이 앞으로 기존 사업자를 포함해 은행산업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진입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이 필요에 따라 소매금융, 기업금융, 자산관리 전담 은행 등으로 분할할 수 있고,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업자는 각 사업 단위별로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기존 은행에도 인터넷은행이나 벤처투자 전문은행 같은 가칭 '꼬마뱅크'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은행 제도 측면에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 동일한 잣대가 적용돼 중소기업 대출비율과 같은 제약이 많은 상황"이면서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효율적 자금공급을 위해서라도 지방은행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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