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실핏줄 지방은행] (2)생존의 길 찾기...텃밭 잠식에 수도권 영업 확대…핀테크 기업과 협업도 강화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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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12   |  발행일 2021-08-12 제3면   |  수정 2021-08-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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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지방은행이 경영 위기 속 생존의 길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왼쪽부터 DGB 대구은행·BNK 부산은행·BNK 경남은행·JB 광주은행·JB 전북은행 본점 전경. 〈각 은행 제공〉

지방은행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작은 1997년 IMF 외환위기부터다. '구조조정'의 칼날이 지방은행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지방경제 버팀목이던 '1도 1행 체제'가 무너지고 시중은행의 지방 시장 잠식이 본격화됐다. 불과 10여 년 뒤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도 지방은행의 위기상황을 한층 악화시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유동성 공급정책으로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 되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금리 경쟁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은행 자금 중개 기능이 더욱 위축됐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지방 침탈 가속화
거점지역 여신 점유율 하락세
지방 돈 모아 수도권기업 대출
자금유출 방지 설립취지 위배
카카오페이 등과 제휴 잇따라
매출 올라도 수익성 악화 우려


◆지방은행 '샌드위치 위기'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업지역 내 시장점유율 하락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구·부산·경남·전북·광주은행 등 5대 지방은행의 거점 지역 내 평균 여신 점유율은 2018년 말 24.2%에서 2019년 23.2%, 2020년 22.9%로 2년 새 1.3%포인트 낮아졌다.

대구은행은 2018년 26.3%에서 지난해 25.2%로 1.1%포인트 하락했고, 같은 기간 부산은행 25.9%에서 25.8%로, 경남은행은 23.9%에서 22.4%로 축소됐다. 광주은행의 여신 점유율도 24.7%에서 21.6%로 3.1%포인트 떨어졌고 전북은행이 20.4%에서 19.5%로 하락했다.

거점지역에서 지방은행의 점유율 하락은 시중은행의 공격적 영업과 함께 디지털 금융 확산이 맞물린 결과다. 장기화 된 저금리 추세로 인해 대출 경쟁이 치열해지자 시중은행의 지방 침탈이 가속화됐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게 됐고, 디지털 전환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 확산이 정작 지방은행에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의 디지털화로 지방은행의 시장 점유율은 축소되고 시중은행의 시장집중도는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 산업의 구조 분석과 향후 진입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은행 가운데 상위 3개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62.3%로, 전년과 동일했다.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기 전인 2016년 61.1%보다 오히려 더 늘었다. 상위 3개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말 29.6%에 불과했다.

반면, 지방은행의 시장점유율(총자산 기준)은 2016년 12.1%에서 올해 1분기 10.9%로 줄어들었다. 김우진 선임연구원은 "지역경제 침체와 오픈뱅킹 도입, 인터넷은행의 공격적 영업, 비대면 금융시장 활성화 등으로 지방은행 소매금융 고객의 충성도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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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찾아 수도권 진출

이처럼 텃밭에서 시중은행에 밀리자 지방은행들은 타개책의 일환으로 수도권 진출 전략을 들고 나왔다. 수도권 영업 조직과 인력을 확대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에 밀리는 시장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의지다.

실제 지방은행 대부분이 거점 지역 영업점을 줄이면서도 수도권 영업점은 유지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1분기 152곳이던 대구경북지역 영업점을 1년 만에 139곳으로 줄였다. 부산은행 역시 같은 기간 부산경남지역 영업점이 143곳에서 135곳으로 감소했고, 전북은행도 66곳이던 지점 수를 57곳으로 줄였다.

반면, 대구·부산·경남은행의 수도권 지점은 각각 11곳, 8곳, 8곳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를 유지했다.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의 수도권 점포는 각각 28개와 16개로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수도권 지점을 두고 있다.

대구은행은 일반 영업점포 대신 하이투자증권과 연계한 '디그니티' 복합점포를 앞세워 수도권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은행과 증권이 한 공간에서 영업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 서울 강남구에 첫 문을 연 복합점포와 최근 개점한 서울 중구 복합점포에 올 하반기에는 서울 여의도에도 복합점포를 오픈한다.

부산은행도 최근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 영업 채널을 확보하고 여신 영업력을 강화하고자 수도권여신영업센터를 신설했다. 시중은행 출신을 기업여신 전담 기업금융지점장으로 채용하고 수도권 가계대출 수요를 위한 대출 모집 법인을 운용하며 본격적인 수도권 영업 네트워크 확대에 나섰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산업구조가 공장이 필요 없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지식산업 위주로 바뀌고 있다"며 "새로운 산업으로 금융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수도권이나 해외진출 등 새로운 수요처 발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은행의 수도권 진출이 정작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텃밭'을 놓쳐 존립 근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집토끼와 산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수도권 진출은 지역에서 모은 돈을 수도권 기업에 대출해 주는 방식"이라면서 "지역 자금의 유출을 막기 위해 설립된 지방은행의 설립 의도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지방은행이 수도권 기업에 투자하면 지역의 영세한 중소기업은 어디 가서 돈을 빌릴 수 있나"라면서 "지방은행의 수도권 진출은 양날의 검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반 강화 나서

지방은행들은 코로나19로 확대된 금융의 디지털화를 시중은행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지역경제에 밀착해 수익성을 관리하는 전통적 방식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디지털 기반 강화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최초로 디지털·글로벌 종합수익관리시스템 고도화에 착수했다. 디지털 플랫폼 'IM뱅크'가 성과를 내면서 비대면 채널의 특성을 고려한 수익성 분석의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기존 영업점 중심 수익성 측정 방식에서 탈피해 채널 관점의 수익성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르면 2023년 초부터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은행의 경우 최근 내놓은 디지털 실명확인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신분증 없이도 영업점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BNK금융지주는 서울에 BNK디지털센터를 개소했다. 강남·판교 등의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를 통해 디지털 부문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광주은행은 지방은행 최초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본허가도 획득했다.

지방은행들은 빅테크·핀테크와의 접점을 늘리며 생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5개 지방은행들은 카카오페이와 업무 제휴를 맺고, 중금리대출이나 신용대출 등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올 10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핀테크·빅테크 주도의 대환대출 플랫폼에도 지방은행들은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 등 단순 제휴뿐 아니라 금융 서비스나 상품을 빅테크·핀테크와 함께 공동 개발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네이버파이낸셜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디지털 금융상품 기획과 판매를 함께 하고, 각종 디지털 기술 협력도 진행하는 것이다. 광주은행은 2019년에 이어 올해 토스와 금융 신규 서비스 제휴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광주은행은 토스와 인적 교류도 실시하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등과 제휴를 맺고 신용대출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BNK경남은행 역시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뱅크샐러드, 핀크, 핀셋N 등과 손잡고 BNK모바일신용대출 등을 판매 중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은행들이 빅테크·핀테크에 서서히 종속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빅테크·핀테크 플랫폼 중개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결국 매출은 커져도 수익성은 나빠지면서 이들 배만 불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빅테크·핀테크에 대한 의존도도 커질 수밖에 없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현재 지방은행으로서는 디지털 역량을 확보하고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생존과제"라면서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한 빅테크·핀테크와의 전략적 제휴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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