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자연주의 출산

  • 이주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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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07  |  수정 2021-09-07 07:45  |  발행일 2021-09-07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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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변호사)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기보다는 '나다움'을 찾는다는 핑계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성격은 남들보다 늦은 임신과 출산에도 어김이 없었다. 너무도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최첨단' '최신식' 같은 말에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성격도 한몫했다. 어떻게 내 배 속 아이와 건강하게, 나답게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자연주의 출산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러운 탄생을 위해 산모의 몸에 일체의 약물을 투여하지 않고, 산모 자신과 아이 둘만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출산의 과정을 주체적으로 해내는 것. 건강 상태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이게 바로 내가 원하고 주체가 되는 출산의 모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며 공부한 총 7번의 교육과정은 기대감 충만한 나에게 너무나 신나는 일이었다. 나의 할머니가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낳으실 때 그랬던 것처럼 나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걱정하는 시선들도 있었다. 출산은 예측 불가의 위험한 일이고 게다가 나이도 많아 위험한데, 현대의술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편할 것이라며 설득하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조산원에는 산부인과 전문의 선생님이 있으셨고, 자연주의 출산을 경험한 지인들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자신만만하게 만들어 주었다.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내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해주고 수많은 교육을 함께 들으며 열심히 따라준 남편이 있기에 더 자신만만할 수밖에 없었다.

예정일을 일주일 남겨두고 차를 운전하여 퇴근하는 길에 시작된 진통은 혼자 캐리어를 든 채 KTX를 타고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도 5분이 채 되지 않는 간격으로 찾아왔다. 그때마다 배배 꼬이는 몸을 애써 풀며 그동안 연습한 호흡을 하다 서울에 도착한 나는 그 길로 30시간 진통의 파도를 타며 남편과 아이와 셋이 함께 경이로운 일을 해냈다.

아이가 나오고 싶은 타이밍에, 나오고 싶은 모양으로, 셋이 함께 서로 힘을 주고받으며 노력하는 일. 이 세상에 태어나 한 일 중 사법시험 합격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될 만큼 너무나 황홀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지금의 아이는 많이 놀아주지 못하는 엄마를 혼내는 것마냥 엄마 껌딱지가 되어 있지만,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우리가 이렇게 함께해낸 과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 탄생의 순간이 앞으로의 삶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길, 그래서 엄마 아빠보다 더 자유롭고 자주적인 사람이 되길 바랄 뿐이다.

이주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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