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클래식 배틀

  • 남지민 책으로 노는 사람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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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6 07:37  |  수정 2021-09-16 07:45  |  발행일 2021-09-16 제16면

남지민
남지민〈책으로 노는 사람들 회원〉

TV에서는 경쟁·오디션 프로그램이 많다. 트로트, 뮤지컬, 성악, 밴드, 랩 등 오디션·경쟁프로그램은 원래 출중한 실력을 갖춘 사람도 있지만 무엇보다 참가자가 회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한 편의 드라마처럼 진지하고 그동안 쏟은 노력에 눈물겹기도 하다. 오디션·경쟁프로그램은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하려는 의도가 있지만, 그 분야의 붐을 일으키기 위한 큰 그림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오디션·경쟁프로그램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르는 아쉽게도 클래식이다. 그만큼 클래식이 대중화되기가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주 '클래식 배틀'이라는 색다른 제목의 공연을 관람했다. 대구학생문화센터가 학생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하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기획한 공연이었다. 지난 2일부터 16일까지 9천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공연했고, 지난주 금·토요일 두 차례 일반인을 대상으로 객석을 열었다.

'클래식 배틀'은 두 명의 지휘자와 두 팀의 오케스트라가 팀을 이뤄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의 오리저널 버전 곡과 편곡 버전 곡을 각각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연주가 끝난 후 관객은 입장할 때 받은 선택 판을 들어 자기 마음에 들었거나 더 좋았던 곡을 선택했다. 이어 두 오케스트라는 차이콥스키와 드보르자크가 작곡한 같은 제목의 다른 작품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각각 들려주고 관객의 선택을 기다렸다.

무대에서는 관객이 선택할 때 긴박감을 조성하는 배경 음악과 함께 팀별 대표 색깔도 번갈아 깜빡이면서 여느 TV 프로그램 같은 긴장감을 조성했다. 관객들은 '관객 참여형 공연'의 모범을 보여주듯 선택 판을 들고 진지하게 감상했고 연주가 끝나면 아낌없이 박수를 쳤으며 신중하게 잘한 팀을 결정했다. '배틀은 지휘자를 춤추게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만큼 지휘자는 자기 팀의 연주를 어필하기 위해 발과 어깨를 들썩이며 지휘에 몰입했다.

이기고 지는 결과가 있는 연주였지만 승자와 패자는 없는 즐거운 연주회였다. 2부에서는 두 피아니스트가 두 대의 피아노에 각자 앉아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한 장면을 재연했고 오케스트라 악장의 협주곡 대결도 뜨거웠다. '클래식 배틀'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클래식을 경험한 학생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연어가 회귀하듯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멋진 관객이 되어 다시 클래식 공연장을 찾아오면 좋겠다.
남지민〈책으로 노는 사람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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