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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면 형산강변을 따라 영일만 바다 저 앞까지 길게 자리한 포스코의 건축물들이 선의 빛으로, 점의 빛으로, 면의 빛으로 자신을 한껏 드러낸다. 3만개의 LED조명이 색색으로 켜지고 수직으로 곧게 솟구친 환경타워와 굴뚝, 공장 외벽이 파스텔 톤으로 빛나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
바닷가 푸른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면 잠시 가슴이 짓눌리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하늘은 너무나 빨리 깜깜해지고 묵직한 가슴으로부터 '아!' 하는 탄성이 터진다. 천연색의 불꽃 다발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모래와 콘크리트는 불꽃 가루로 변한다. 해변의 건물들은 저마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고, 가로등은 크리스털 방울로 만든 목걸이처럼 해안의 하늘에 걸려 있다. 벨벳 같은 영일만 바다와 형산강에 보석처럼 빛나는 그림이 데칼코마니로 퍼진다. 음악이 흐르는 연회실의 샹들리에 같다. 포항의 밤은 축제다.
포스코, 3만개 LED 야간 경관조명
형산강변 따라 6㎞ 세계 최대 규모
일몰 후 테마에 맞춰 14가지 색 발산
송도 송림도 밤이면 빛으로 물들어
길이 300m 폭 12m의 아스팔트 도로
자연·조명 어우러진 '테마거리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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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송림을 가로지르던 길은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송도 송림 테마거리로 거듭났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테마거리 입구에 우뚝 선 '푸른 숲의 거인'은 온몸으로 빛을 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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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대해수욕장의 수많은 카페와 식당들은 해가 지기도 전에 불을 밝히고, 해변 모래밭에는 영일대 샌드 페스티벌 작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
#1. 포스코와 송도 솔밭의 야경
회색의 포스코에 3만개의 LED 조명이 색색으로 켜진다. 수직으로 곧게 솟구친 환경타워와 굴뚝, 공장 외벽은 파스텔톤으로 빛난다. 형산강을 따라 늘어선 4기의 고로는 황금빛, 푸른빛, 붉은빛을 낸다. 고로 옆으로 비스듬히 경사진 원료장입 설비에도 LED 램프가 설치돼 직선의 불빛 속에서 사선의 역동적인 빛을 발한다. 울타리에 설치된 녹색의 조명등은 마치 그린카펫을 길게 깔아 놓은 느낌이다. 형산강변을 따라 영일만 바다 저 앞까지 길게 자리한 포스코의 건축물들이 선의 빛으로, 점의 빛으로, 면의 빛으로 자신을 한껏 드러낸다. 그와 함께 채도가 다른 노랑, 파랑, 빨강, 보라, 라임색 등 총 14가지 색이 뜨겁게, 차갑게, 찬란하게 빛난다.
포스코의 조명은 일몰 이후 매 시간 정각부터 자정까지 20분간 다양한 테마에 맞춰 다채로운 색으로 변화하며 아름다운 음악도 함께 울려 퍼진다. 포스코 야경은 영일대 해수욕장과 함께 포항 12경(景) 중 하나다.
포스코는 2004년 환경감시센터에 첫 불을 밝혔고 2010년에 제철소 주변으로 경관조명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포항제철소 1문 옆에 위치한 환경타워로부터 4개의 고로, 형산 발전소, 파이넥스 등 형산강 변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각종 설비에 빛을 넣었다. 이후 포스코역사관, 본사, 동촌 연못, 인덕동 인근 스테인리스 2제강공장 등 곳곳에 경관조명을 설치했다.
2016년에는 포스코의 수변 공간 경관조명 리뉴얼 사업이 추진됐다. 이때 영일대해수욕장 방면에서 보이는 굴뚝 모양의 형산스택(stack)부터 파이넥스 3공장까지 3.2㎞ 구간을 재단장했다. 이어 2019년에 해도동와 송도동 방면에서 보이는 환경타워부터 4고로에 이르는 2.5㎞ 길이의 형산강변 경관조명을 리뉴얼했다. 조명은 기존의 선형 구조에 면 구조를 더했고 사각지대였던 연결 설비부분에도 조명을 신설해 전체 연출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특히 3만개의 LED 조명과 전체 구간을 중앙 제어하는 60㎞의 광케이블을 설치해 한 단계 진화된 경관 연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로써 포항 영일만 밤하늘을 비추는 포스코의 6㎞ 야간 경관조명이 완성됐다. 세계 최대 규모다.
포스코의 빛나는 밤 풍경은 영일대해수욕장 인근뿐만 아니라 포스코 맞은편인 해도동과 송도동은 물론 영일만의 북쪽인 환여동과 신항만에 이르는 수변로 어디에서든 보인다. 해도동 형산큰다리의 야간 조명과 어우러지는 포스코도 멋있고, 특히 포항운하의 근사한 밤빛 위로 솟은 포스코는 미래 도시처럼 놀랍다. 또한 운하 옆에 자리한 송도해상공원캐릭터테마파크의 헬로 카봇과 터닝 메카드, 소피와 루비 등의 조형물은 포스코의 빛을 등에 업고 환상의 세계를 펼쳐놓는다.
포스코에 불이 켜질 때 송도 해변에는 각종 워터폴리가 음악과 함께 불을 켠다. 갈매기 모양의 '송도워터폴리'는 새처럼 하얗게, 전구 모양의 '형산강 워터폴리'는 태양처럼 붉었다가 바다처럼 푸르게, 숲처럼 초록으로 자꾸만 제 모습을 바꾼다. 모래밭은 환하다. 월계수 잎을 양손으로 치켜든 '평화의 여상'도 어둠 속에서 빛나는 몸을 드러낸다. 송도워터폴리가 자리한 형산강 하구에서부터 포항 수협에 이르는 1.3㎞ 구간에 야간안전조명시설인 그린 폴(Green Pole)이 설치되어 있다. 60m 간격으로 이어지는 25개의 환한 그린 폴 끝에는 포항 수협과 활어위판장 및 회 센터가 잔잔한 샹들리에처럼 바다에 빛을 내린다.
깜깜한 송도의 송림 속에서도 탄생과 같은 빛이 뿜어져 나온다. 옛날 송림을 가로지르던 길이 300m, 폭 12m의 아스팔트 도로가 자연과 사람을 위한 보행안전 테마 거리가 되었다. 입구에는 '푸른 숲의 거인'이 우뚝 서서 온몸으로 빛을 발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무지개 같은 솔개천이 흐르고 물레방아가 돌고 바닥 분수가 색색으로 솟아오른다.
송림 테마 거리의 물길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세요'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여름밤 이곳은 아이들에게 천상의 물놀이장이다. 가압필터 여과기와 자외선 살균장치 등 수질 정화시설이 설치돼 있어 언제나 깨끗한 물이 공급되고 있다. 물길과 나란한 산책로에는 솔방울과 사슴벌레 트릭아트가 불쑥 일어선다. 걸음마다 만나는 다양한 스틸아트 작품들은 반짝거리는 새옷을 뽐낸다. 숲으로 들어가는 통로 입구에는 빛의 터널이 인도해주고 빽빽한 소나무들 사이로 포스코의 불빛이 반딧불이처럼 새어 들어온다.
영일대해수욕장, 수많은 카페·식당
해가 지기도 전에 휘황하게 불 밝혀
산책로에는 스틸아트 작품들로 '광채'
상대동 젊음의 거리, 문화공간 탈바꿈
버스킹·콘서트 등 개최 청춘들에 호응
건물주들 '착한 임대인 운동'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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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남구 상대동의 '젊음의 거리'도 밤마다 빛에 취한다. 젊음의 거리는 생동감 있고 건전한 문화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
#2. 영일대해수욕장과 상대동 젊음의 거리
영일대해수욕장의 수많은 카페와 식당은 해가 지기도 전에 벌써 불을 켠다. '지금부터야!'라고 소곤거리듯 하나하나 불을 밝혀 이윽고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휘황해진다. 가로등으로 환해진 해변 산책로에는 스틸아트 작품들이 광채를 낸다. 모래밭에는 고래 꼬리 모양의 영일대 워터폴리가 환하고 올해 말까지 지속되는 영일대 샌드 페스티벌 작품들이 등불에 씻겨 대리석처럼 오뚝하다. 피리를 부는 소녀의 모습인 '물결소리', 고래를 타고 모래 무지개를 타고 오르는 '고래의 성', 두 마리의 돌고래와 함께 물결처럼 흐르는 '바다의 여신', 암사자와 함께 역동적으로 달리는 '바다를 달리는 남자' 등이 놀라운 즐거움을 준다.
검은 바다 위로 뻗어나간 영일교와 해상 누각인 영일대의 밤 경관은 영일대해수욕장의 백미다. 영일교가 인도하는 불빛을 따라 바다 위를 걷는다. 바다 속 궁전 같은 영일대에 오르면 영일만의 모든 불빛이 생일 케이크처럼 눈앞에 놓인다. 세상이 마치 커다란 보석상자 같다. 영일대 뒤로 보이는 설머리 물회지구와 환여동 낮은 산 능선을 따라 줄을 서 있는 카페의 불빛도 낭만적이다. 영일교 맞은편에는 형형색색의 장미 5천여 그루와 형형색색의 LED 조명이 어우러진 '장미원'이 화려하다.
영일대해수욕장은 불과 빛의 도시를 상징하는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열리는 장소다. 축제 기간의 영일대해수욕장이 짜릿함의 절정이라면 사계절 영일대해수욕장의 밤 풍경은 몽글몽글한 감동이다.
포항 남구 상대동의 '젊음의 거리'도 밤마다 불야성을 이룬다. 상대동 '젊음의 거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쌍용사거리' 혹은 '파리바게트 사거리'로 불리던 상대로 일원에 위치한 주점거리를 말한다. 포항 유흥 1번지로 불렸던 거리는 2017년 포항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가로환경개선사업과 유해환경개선사업, 지중화 사업이 동시에 이뤄졌다. 전봇대와 전선이 없는 하늘에는 가로수와 가로등이 깔끔하게 이어진다. 인도를 확장하고 일부 도로 구간에는 화강석 블록으로 새로 포장해 보행자 중심의 거리로 만들었다. 또한 전 구간 이면도로에는 CCTV 등 범죄예방시설물을 설치하고, 골목길 정비·방범초소 정비 등 범죄예방디자인사업을 시행해 지역 주민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거리로 재탄생했다.
상대동 '젊음의 거리'는 기존의 단순 유흥과 음주문화 거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생동감 있고 건전한 문화거리로 탈바꿈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소공연장과 야간거리조명을 조성해서 청춘불빛 콘서트, 쌍사파티, 버스킹 공연 등 거리공연 문화행사를 개최해 청춘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상가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감면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 중이다. 모두가 상대동 '젊음의 거리'에 다시 '청춘의 불빛'이 반짝이기를 기원하고 있다.
글=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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