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문화도시를 디자인하다 .11] 법정 문화도시 지정 후 분야별 핵심사업 추진 계획…주민 주도로 지역 이슈 발굴…개방적 구조 속 '문화생태계' 조성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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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4 07:56  |  수정 2021-10-04 08:49  |  발행일 2021-10-04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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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은 올해 예비 문화도시 사업으로 주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 '달성을 상상하다'를 진행 중에 있다. 위쪽부터 다함께 돌자 동네한바퀴팀, 심심밴드팀, 달성을 담다팀의 활동 모습.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올 연말이면 대구 달성군이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될지 판가름 난다. 달성은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추진단을 꾸리고 관련 사업을 세부 과제별로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특히 '시민 주도형 문화도시'란 방향성을 설정, 주민 의견수렴과 참여도 향상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달성은 천혜의 자연환경부터 역사·문화 자원, 인적 자원, 문화 활동 공간 등 문화도시가 갖춰야 할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만큼 법정 문화도시 선정에 따른 기대 효과도 크다. '달성, 문화도시를 디자인하다' 11편에서는 법정 문화도시 지정 이후 분야별 핵심사업과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1. 5년에 걸쳐 4개 분야 7개 사업 추진

달성은 지난해 12월24일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예비 문화도시는 1년간 예비사업을 추진하고 심의를 거쳐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다. 법정 문화도시가 되면 5년간 본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지원 예산만 150억원 규모다. 도시재생뉴딜 등 연계사업까지 포함하면 200억원이 넘는다. 넉넉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지역 문화 활성화에 획기적인 전환을 이룰 수 있다.

예비 문화도시 선정 당시 달성은 사업에 대한 주민 이해도가 높고 자발적인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달성군의 역사와 지역색을 살린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꾸준히 진행해 온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어냈다.

이에 달성군은 예비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만의 특색있는 문화적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또 주민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달성이 진정한 문화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온 것이다. 문화도시를 향한 주민들의 에너지와 지역 문화자산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달성의 법정 문화도시 지정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5년간 4개 분야 7개 주요 사업 추진
공동체 활성화·주도형 시민 양성 목표
연간 50여개 활동 2500여명 참여 예정

주민의견, 시행·실험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정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구축
전문가 등 참여 문화도시 추진위 구성

타지역 문화도시 네트워크 구성도 염두
유휴공간 활용 창작활동 공유지 구축
문화자원 순환 위한 '문화화폐'도 계획


달성은 법정 문화도시 지정에 대비해 본사업 계획을 마련해 놨다. 5년에 걸쳐 4개 분야 7개 주요 사업이 추진된다.

분야별로는 △문화자치(시민자치)실현 △지역 문화자원 발굴 및 활용 △문화적 도시재생(거점공간 조성) △도시발전 및 지속효과가 큰 줄기를 이룬다.

문화자치 실현 분야에는 '들락날락 달성의 상상' 사업이 핵심이다. 이 사업은 달성의 문화도시 비전과 직결된다. 달성이 추구하는 목표 '들락날락하는 누구에게나 호혜로운 도시'를 구체화시키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지역 내 다양한 삶의 주체와 이슈(문제점)를 발굴하고 △협력·연계할 수 있는 방법을 기획한 이후 △문제 해결을 위한 당사자 주도형 활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누가 어떤 삶의 고민을 안고 있고 어떠한 개인과 공동체가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게 하는 것이 골자다.

앞서 달성은 '달성을 상상하다'란 공모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주민들이 모여 스스로 지역사회의 각종 이슈를 문화적으로 해결해 보자는 의도로 마련됐다. 지역이나 성별·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해 평소 하고 싶었던 활동을 자유롭게 실험하도록 했다. 본사업도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결국 이 사업은 공동체 활성화와 주도성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연간 50여개의 활동을 통해 5년 동안 2천500여명의 주민들이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 문화생태계 조성과 문화도시 센터

지역 문화자원 발굴 및 활용 분야에는 3가지 사업이 진행된다. 첫번째 사업은 '문화생태계 조성'이다. 달성은 특정 세대나 계층만으로 이뤄진 일부가 아닌, 개방적인 구조 속에서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도시를 지향한다. 이에 각종 모임과 네트워크가 확장된 교류를 통해 서로 논의하고 협력하는 하나의 문화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달성은 예비사업 단계에서 체계적인 의견 수렴 시스템을 마련했다. 달성군 문화도시 멤버십, 라운드 테이블, 시민대화모임 등 문화생태계의 기초 단위를 만들고 다양한 생각들이 도출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 또 달성군문화도시추진단과 행정협의회, 전문가 워킹그룹, 달성군문화도시TF를 구성해 실행 업무를 지원해 왔다.

본사업에선 이 같은 체계의 기능을 보다 심화하고 보완한다. 다양한 주민 의견을 시행·실험해 보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우선 주민과 전문가, 행정·유관기관이 함께 관련 사업을 논의·의결·진행하는 문화도시 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 이어 문화도시 추진위원회와 시민의회가 결합한 문화도시 위원회를 만들어 문화도시 사업 이후에도 각종 의제에 대한 논의·의결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문화생태계가 활성화되면 문화도시 사업 전반에 걸쳐 보다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실행이 가능해진다.

달성은 한발 더 나아가 문화도시 네트워크(칠곡-성주-달성-달서) 구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문화도시 간 가치·경험을 공유하고, 사업 연계 시에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본사업 추진을 위한 기획·홍보·운영 및 인력관리는 '문화도시 센터'가 맡게 된다. 앞으로 문화도시 센터는 주민과 행정기관 사이에서 달성이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된다. 센터가 구축되면 행정기관에 종속적인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한 운영이 가능해진다. 인력 확충이나 사업비 지출 등에서 보다 자유로워지는 셈이다.

'이심·점심(點心)' 사업도 문화자원 발굴·활용 분야에 포함된다. 지역 내 다양한 구성원 간 만남을 갖게 하는 사업이다. 일반 시민부터 지역 내 예술가, 문화기획자, 생활문화 동호회원 등이 아틀리에나 유휴공간, 자연마을, 산업단지 등에서 '관계맺음'을 하게 된다. 이 같은 만남은 느슨하지만 호혜로운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어 두게 한다. 쉽게 만날 수 없는 구성원 간의 관계맺음이 보다 공고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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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은 문화나루터, 달성B&B사업 등 지역 내 다양한 형태의 유휴 공간을 문화 거점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가창·다사 등 권역별 문화공간에서 시민대화모임 등 각종 활동을 하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
#3. 문화 거점공간 조성과 문화화폐

세번째 문화적 도시재생 분야는 '달성B&B'와 '문화나루터' 두 가지 사업으로 나뉜다. 달성B&B는 누구나, 기간에 상관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유지 구축을 목표로 한다. 올해 파일럿 사업으로 진행됐던 '문화 공유지 사업'과는 달리 좀 더 작은 규모의 공간을 활용한다. 개인 작업장 같은 고립적이고 한정적 범위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공간을 문화 거점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지역 내 작은 거점을 배경으로 실험적인 창작 활동을 통해 지역 예술인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장르나 주제를 넘어선 협업 활동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도 있다. 또 향후 거점 간 연계 활동은 물론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공동 작업도 가능하다.

앞으로 달천예술창작공간, 행복생활문화센터 등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유휴공간 외에도 다양한 공간을 추가 발굴할 예정이다.

문화나루터는 달성 B&B 등 지역의 다양한 문화 공간의 활동을 모두 아우르는 공유지 개념이다. 지역의 문화적 활동이 축적된 역사적 공간을 문화거점으로 활용하게 된다. 화원유원지, 사문진나루터, 화원운전면허시험장 터 등이 포함된다. 이들 문화거점은 사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지는 축제의 장(場)으로 변모한다. 향후에는 각종 활동을 온·오프라인 형태로 축적하는 아카이브 기능도 갖추게 된다.

본사업 마지막 분야는 도시발전 및 지속효과다. 이 분야에서는 '문화화폐' 사업이 핵심이다. 문화화폐란 일종의 도시 기금이다. 문화도시 활동의 교환에 지불되는 가치의 척도이자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장치다. 기존 화폐와 달리 가치가 간과되기 쉬운 가사노동이나 공동체 활동에도 화폐를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네 아이들을 목적지까지 태워주고 돈 대신 문화화폐를 받은 뒤 다른 물건으로 바꾸는 식이다. 노인 돌봄 봉사를 한 뒤 차후 돌려받는 스위스의 '시간연금(자이트포르조르게)' 방식과도 비슷하다.

문화화폐가 정착되면 지역 내 문화자원 순환을 촉진함과 동시에 공동체 유대 관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취미생활과 사회봉사 시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달성이 꿈꾸는 문화도시는 누구나 한데 어우러져 교류하고, 이웃이 될 수 있는 호혜로운 도시이자 경제·환경·문화가 지속 발전하는 지역 공동체인 셈이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공동기획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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