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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지민 (책으로 노는 사람들 회원) |
지휘자, 연주자 파블로 카잘스, 토스카니니, 화가 피카소·뭉크·달리 등은 당시 사람들보다 장수한 예술인이다. 예술가 중 가난과 질병으로 단명한 사람들도 많지만 장수한 이들을 예를 들어 유추해보면 어떤 일에 집중하고 움직일 수 있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 장수의 비결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더불어 자신이 끊임없이 사회와 소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알린 것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요소였을 것이다.
1936년생 나의 아버지는 먹고살 것이 없던 시절, 가난한 부모님의 맏이로 태어났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무역회사, 섬유회사, 식품회사 등에 근무했다. 지극히 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는 늘 바깥일과 다른 사람을 만나는데 더 바빴기에 가족과 소통할 기회가 없었고 문화 예술과도 거리가 멀었다. 현직에서 물러나 노년에 접어들어 뒤늦게 컴퓨터를 배우고 수필대학을 다니며 수필을 썼다.
나는 '그냥 몇 작품만 쓰시겠지'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 작품의 문학성이나 가치를 평하는 것은 잠시 미뤄두고서라도 책 한 권을 묶어낼 만큼의 수필을 완성했다. 그리고 칠순 잔치를 대신해 책을 펴냈고 그 책을 가족, 친지, 친구분들께 나눠 드렸다. 특히 손자 손녀들에게 당신 책을 읽어달라고 당부하며 한 권씩 손에 쥐여 주셨다. 아버지 삶의 역사가 담긴 그 책을 읽은 나의 딸은 외할아버지의 삶을 마치 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수필집을 낸 후 아버지는 항암 투병하는 엄마를 곁에 두고 시집을 내겠다며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쓴 시들은 '성실하게 살자' '정직하게 살자' 등의 재미와 예술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마저도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는 잘 안 써진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뒤 치매 판정을 받으셨다. 더 늦으면 아버지의 소원을 못 들어드린 것을 후회할 것 같아 지난해 시집을 엮어 드렸다. 그것으로 조금 미뤄 팔순 잔치를 대신했다.
아버지에게 최근 또 다른 취미 활동이 생겼다. 바로 그림 그리기다. 주간보호센터에서 당신이 그린 그림을 가져온 날이 아버지의 그림을 처음 본 날이다. 그림 잘 그리신다고 응원했더니 아버지는 틈날 때마다 작은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등의 활동은 아버지의 여생을 분명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인간의 수구초심은 문화예술인지도 모르겠다.
남지민 (책으로 노는 사람들 회원)
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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