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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이슬〈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
스산한 늦가을 바람이 불쯤 도로 옆 가로등에 공연 배너가 빼곡히 달리기 시작한다. 1년 중 공연이 제일 풍성한 시즌인 연말이 다가온다는 신호다.
아니 벌써? 훌쩍 지나버린 한 해가 야속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길가를 살펴본다. 지난해 공연계는 코로나19로 더욱 매서운 겨울을 났던 터라 올해 대구를 찾는 작품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
올해는 펄럭이는 가로등 배너 속에서 '시카고'를 발견했다. 추운 겨울을 나기에 이보다 더 뜨거운 작품이 있을까!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이자 한국에서도 20년 넘게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이다.
블랙 코미디를 가장 세련되게 표현한 뮤지컬을 꼽으라면 아마 '시카고'가 아닐까 싶다. '시카고'는 전후 특수를 누리던 광란의 1920년대 미국의 화려하고도 어두운 양면을 그려낸 뮤지컬이다. 모두의 관심을 받는 스타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두 여인과 그들을 이용하고 가십거리로 소모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이야기로, 개인의 욕망과 관능이 뒤섞여 쓴웃음을 짓게 되는 묘한 작품이다.
필자는 '시카고'를 보는 관객이 즐길 거리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아슬아슬한 긴장감. 앞서 이야기한 1920년대 미국이 누린 풍요의 이면을 표현하듯, 배우들은 끊임없이 본능과 불법 사이 어딘가를 줄타며 묘한 긴장감을 풍긴다. 아슬아슬한 검은 의상과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인물 밥 포시(Bob Fosse)가 만들어낸 아찔한 안무는 관객도 함께 줄 위에선 기분을 느끼게 한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꼽는 큰 매력은, 무대 정중앙에 자리한 밴드다. 뮤지컬 라이브 연주자들은 오케스트라 피트나 무대 뒤편 등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시카고'에서는 마치 그 시절 미국의 카바레처럼 빅밴드가 전면에 등장한다.
이러한 무대 중심의 빅밴드는 무대 위 오브제로 기능해 보는 재미뿐 아니라 마치 재즈 카페에서 실제 라이브를 듣는 듯한 일석이조의 근사한 기분도 선사한다.
훌쩍 지나버린 시간이 아쉬워질 11월, 연말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아 멋진 공연을 예매한다. 남은 두어 달을 바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바꾸는 마법이다.
여전히 2022년 새해와는 거리두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풍성해진 공연 소식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한 해의 끝을 기다려본다.
전이슬 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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