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윤여창〈봉산문화회관 기획PD〉 |
2020년 2월9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4관왕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질렀다. 미국 영화인들의 축제인 오스카에서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이며 한국 영화로도 최초였다.
또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을 했다는 것은 영화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이후 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최근 넷플릭스와 한국프로덕션이 함께 제작한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하며 서비스되는 83개 국가에서 인기콘텐츠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 여파로 미국, 파리 등 해외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딱지치기'를 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니 어안이 벙벙했다. 어느새 한국이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할리우드와 경쟁할 수 있는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는 게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기생충 150억원, 미나리 22억원, 오징어게임 254억원. 이 숫자는 각 작품의 총제작비다. 물론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미국의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회당 178억원, 프렌즈가 회당 110억원인 점을 생각한다면 정말 엄청난 제작비의 절감이라는 생각이 든다. 속칭 '가성비'가 높은 콘텐츠 제작시장이 바로 한국인 것이다.
필자는 20대 후반 영화와 방송 현장에서 3년간 스태프로 일했다. 그때의 삶이란 촬영회차의 일정표에 맞춰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숨 가쁘게 움직이는 나날이었다. 밤샘 촬영은 밥 먹듯이 했고, 점심은 김밥 한 줄과 사이다로 때운 적도 많았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영화를 배운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버티며 '열정페이'란 말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콘텐츠제작사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달라진 게 뭔지 모르겠다는 말이 돌아왔다. '가성비가 높다'라는 말로 세계언론들이 극찬하는 한국콘텐츠는 스태프들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동반한 제작 현장에서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에 맞는 정상적인 제작비가 갖춰져야 하고, 근로시간에 맞는 정당한 임금, 과로 방지를 위한 조치가 수반되는 안전한 제작환경을 이제라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제작환경이 표준이 된다면 프리프로덕션에서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한국콘텐츠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제2, 제3의 오징어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윤여창〈봉산문화회관 기획PD〉
윤여창 봉산문화회관 기획PD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