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차우미〈생명평화아시아이사〉 |
'용서'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영화가 '밀양'이다. 유괴범에 의해 아이를 잃고 고통 속에 처한 주인공은 교회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주인공은 유괴범을 찾아 직접 용서하기로 한다. 교도소에서 만난 유괴범은 주인공의 예상과 달리 너무나 평온한 모습이었고, 교도소에서 하나님을 만나 회개하고 용서를 받았다고 말한다. "내가 아직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구에게 용서를 받아!" 용서를 받았노라며 너무나 평온한 살인자의 모습. 주인공은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하나님을 저주하며 더 망가지게 된다.
유대인이자 '미국 전쟁범죄 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시몬 비젠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학살자들에 의해 무려 89명이나 되는 친척을 잃고 아내와 단 둘이서만 살아남은 작가다. 나치의 병원에서 일하던 중 죽음을 앞둔 젊은 나치 장교가 시몬을 병실로 불렀다. 그 나치 장교는 동유럽에서 집단학살에 가담했고, 창고에 유대인을 몰아넣고 불을 질러 바깥으로 도망쳐 나오는 사람들은 사살해 학살했던 사실을 고백하며 용서를 구하였다. 그는 침묵으로 끝내 그의 부탁을 거절한다. 이후 비젠탈은 '해바라기'라는 소설을 통해 세계를 향해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이자 이탈리아의 화학자이면서 작가였던 프리모 레비는 나치 친위대원의 용서 구하기는 자신의 평안한 죽음을 위해 유대인을 이용한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비젠탈의 일화는 사과와 용서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온다. 사과의 대상은 피해당사자여야 한다. 가해자 편의의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닌 이기적인 독백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기억전쟁'의 저자 임지현은 그의 저서에서 '용서의 폭력성'을 논한다. '누군가 피해자를 대신해서 가해자를 용서하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모 정당 대통령후보의 개 사과 논란 이후 방문한 광주에서의 사과가 또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나 유족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없이 자신의 편의에 따른 사과로 보여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런 태도는 피해자들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다. 사과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진정한 공감을 통해 신뢰와 진정성을 획득할 수 있다. 용서는 자신이 상처를 준 사람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 가능하다.
차우미 생명평화아시아이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