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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이슬 (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
지난 9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대구를 찾았을 때의 이야기다.
클래식 스타 조성진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다니! 나는 단 몇 초 만에 전석 매진된 예매 전쟁 속에서 두 자리를 쟁취했고 기쁜 소식을 남편에게 전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공연을 기다리는 모습에서 그와 나의 재미난 차이를 발견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지론을 가진 남편은 내가 공연을 예매했다고 알린 순간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공연 프로그램에 맞추어 출퇴근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바꾸는 것이 첫걸음이다. 프로그램엔 우리에게 익숙한 쇼팽이나 라벨도 있었지만 한편 조금은 생소한 체코 작곡가 야나체크의 소나타도 있었는데, 그의 생애를 인터넷에서 찾아 읽고 대표 작품들을 여러 연주자의 버전으로 들어보며 알아나갔다.
평소 파고드는 성격의 그인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꼼꼼히 관람을 준비하는 모습이 공연에 대해 예를 갖추는 듯 숭고하게까지 느껴졌다.
남편에 비하면 나는 조금은 게으른 관객이다. 습득하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틀 안에 갇혀서 그날의 감상을 온전히 즐기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순간의 표현에 집중한 다음 공연이 끝나면 그제야 '여길 왜 이렇게 표현했지?' 같은 의문을 모아 글을 찾아 읽고 뒤늦은 물개박수를 치는 편이다. 공연 소개가 담긴 프로그램북도 대부분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산다. 이번 공연에도 익숙한 곡 사이 낯선 곡이 섞여 있었지만, 일부러 궁금증은 참기로 했다. 나름 공연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공연을 감상하는 데 정도(正道)가 있을까. 고대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에서부터 해석의 다양성으로 분분한 동시대 예술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늘 예술적 창조와 감상에 앎과 즐김이라는(다시 말해 '이성'과 '쾌락'이라는) 겹치지 않는 평행선 위를 걸어왔다. 이 거대한 두 갈래 길 위에서 사람들은 예술을 즐기는 방법을 끊임없이 이야기했지만 정답은 지금까지도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예술을 어떻게 즐기느냐는 '방법'에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즐기는 '마음' 그 자체이다.
가는 방법은 달랐지만 목적지는 같았다. 기다리던 공연 당일 조성진은 역시나 기대 이상의 연주를 선물해주었고, 각자의 방법대로 공연을 기다려왔던 우리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서로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며 즐겁게 감상을 나누었다. 같은 행복, 그거면 됐다.
전이슬 (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전이슬 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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