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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엄청난 IP가 존재하며 웹툰·웹소설 등에서 일류 IP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한국에서 열린 '라이선싱콘 2021'에 참석한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의 테일러 그랜트 글로벌 애니메이션 총괄은 한국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 덕에 더 다양한 문화의 콘텐츠가 노출될 수 있었고, '오징어 게임' 같은 순수한 오리지널 버전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 웹툰이 전 세계인에게 통용되는 매력적인 원천 콘텐츠로 부상했다. 2003년 국내에서 웹툰이 시작됐을 때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한국 웹툰의 세계화가 지금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글로벌시장으로 외연을 확장해 가고 있는 한국 웹툰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웹툰 원작 한국 영화·드라마
넷플릭스 타고 전 세계 흥행
장르·세계관 확장도 수월해
국내기업 '제2의 마블' 도전
◆한국 웹툰의 세계화 공략
미디어 간 융복합의 자유도가 높아지는 트랜스미디어 환경에서 웹툰은 매력적인 장르다. 하나의 세계관 아래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나 원작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과정이 다른 장르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는 점에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이다. '지옥'은 연상호 감독의 2003년 단편 애니메이션 '지옥: 두 개의 삶'의 세계관을 확장시킨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34분 분량의 두 개의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원작의 짧은 이야기 세계는 웹툰 '지옥'에서 좀 더 정교해지며 풍부한 결로 확장됐고, 이는 다시 6부작 드라마로 매체 전환됐다.
이처럼 웹툰의 매체 전환 현상은 영상콘텐츠 플랫폼의 글로벌화가 가속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미 글로벌 플랫폼이 구축된 게임, 영화 장르와 좀 다른 형태의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 TV 등은 드라마, 리얼리티 쇼, 영화, 게임 등의 모든 영상 장르를 포괄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OTT는 좀 더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영상콘텐츠를 찾았고, 그 과정에서 한국 웹툰과 웹툰 원작의 매체 전환 콘텐츠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는 한국 영상콘텐츠 산업의 플레이어들에게 기회로 찾아왔다. 그리고 '킹덤'을 신호탄으로 웹툰 원작의 매체 전환 콘텐츠가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2019년 1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전 세계에 소개된 '킹덤' 시리즈는 미국 영화·드라마 정보 사이트 IMDB 인기 순위 9위, 2년 연속 뉴욕타임스 '최고 인터내셔널 TV쇼 톱10' 등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킹덤' 시리즈의 원작은 웹툰 '신의 나라: 버닝헬' 중 '신의 나라'로 양경일이 그림을, '킹덤' 시리즈의 극본을 담당한 작가 김은희가 스토리를 맡았다. 당시 김 작가는 역병사극(좀비사극)이라는 소재의 한계와 한국의 드라마 시장 규모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규모의 제작비(회당 약 20억원)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신의 나라'의 영상화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킹덤' 시즌 1의 성공으로 국내 영상산업 플레이어들은 창작 측면에서는 이야기 소재 및 표현 규모의 확대를, 산업 측면에서는 글로벌 제작 및 유통 플랫폼에서 수익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동시에 기존 드라마나 영화와 비교해 보다 자유로운 이야기 세계를 다루었던 웹툰의 원천 콘텐츠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스위트홈' '쌍갑포차' '이태원 클라쓰' '경이로운 소문' '타인은 지옥이다' '여신강림' '이미테이션' 등의 드라마와 '시동' '강철비' '신과 함께 1·2' 등의 영화가 웹툰 원작에서 매체로 전환됐다.
◆한국의 마블을 꿈꾸다
혹자들은 말한다. 작금의 국내외 상황을 보면 한국이 제2의 마블(Marvel) 탄생지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라이선싱 콘 2021'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종원 SK브로드밴드 상무는 "최근 콘텐츠 시장의 흐름을 보면 국내 기업들의 '넥스트 마블화'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웹툰과 웹소설 등 강력한 원천 IP를 가지고 있고 제작사가 대형화되면서 제작역량 또한 글로벌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를(마블) 지향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주목할 건 이제 국내 웹툰만 고집하지 않고 외연 확대를 통해 현지화 전략을 함께 펼친다는 것이다.
네이버웹툰은 해외에서 라인웹툰이라는 이름으로 저변을 확대했으며, 이제는 'Webtoon'이라는 브랜드로 글로벌 100개국 이상에서 앱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만화라는 콘텐츠 형식 자체로는 마블을 훨씬 넘어서는 성과다. 네이버웹툰은 해외 공략을 위해 작품 수를 공격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2019년 150편대에서 2021년 400편대로 2년 만에 거의 2.7배에 가까운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데, 해당 작품의 상당수는 외국어로 번역돼 전 세계 라인웹툰 플랫폼에서 제공되고 있다. 또한 네이버웹툰은 웹툰 뿐만 아니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웹소설 분야의 북미 강자인 왓패드(Wattpad)를 인수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카카오도 지난 5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했다. 특히 무료 연재 위주로 운영되는 타 플랫폼과 달리 래디쉬는 전체 매출 90%가 자체 오리지널 IP에서 나온다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전했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타파스와 래디쉬 인수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또 한 번 진화하는 계기를 맞았으며,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 확장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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