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현재를 사는 법

  • 전이슬 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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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8  |  수정 2021-12-08 07:53  |  발행일 2021-12-08 제18면

프로필사진(문화산책_전이슬)
전이슬 (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프랑스에 사는 언니와 형부 니콜라스가 한국에 왔다. 두 달 일정 가운데 의무 자가격리 기간을 빼고 나니 금세 작별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 저녁을 먹으며 한국에서 짧은 생활은 어땠는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현재를 사는 법'이라는 주제로 대화가 흘러갔다.

니콜라스는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사람의 '현재'엔 가까운 미래가 늘 포함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령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2차를 어디로 갈지' '다음에는 어느 자리에 앉을지' 등 다음을 위한 생각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반대로 자신이 여태 살아온 프랑스에선 미래의 일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그 자리 그 순간에 집중하기에 이러한 차이점이 흥미롭다고 했다. 한국과 비교하자면 비슷한 음식을 먹었던 기억이나 혹은 행복했던 다른 저녁 식사, 즉 과거를 떠올리며 현재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는 이렇고 한국은 이렇다며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이 다음'을 미리 가정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참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방식이다. 그렇지만 다음 단계를 생각하느라 현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니콜라스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저녁 식사를 예로 들었으니,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연 관람을 떠올려보았다. 원래도 공연을 좋아했지만, 본격적으로 공연계에 발을 들이고 나서부터는 더욱 열심히 공연을 보러 다녔다.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기획한 무대는 물론 대형 라이선스 작품과 창작 뮤지컬까지 챙겨보느라 주말에도 쉴 틈이 없었다. 그런데 공연을 관람하는 와중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다음에는 이 공연을 봐야지' 혹은 '다음번에는 이 캐스트(배역을 맡은 배우)로 봐야지' 같은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 것이었다. 마치 무술 수련자가 도장 깨기를 하러 다니듯 다음 단계에 시선을 두었고, 너무나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도 갈증이 커졌다. 바로 눈앞에 멋진 무대가 펼쳐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공연 티켓을 모아둔 노트를 펼쳤다. 남은 빈칸이 아니라 빼곡히 채워진 티켓이 눈에 들어왔다. 현재의 나를 만들어준 멋진 과거의 공연들에, 그리고 그 소중함을 떠올리게 해준 형부에게 고마운 날이다.

전이슬 (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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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슬 DIMF 홍보·해외업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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