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의 추락] 상인은 떠나고...대규모 주거시설 확산...상업지역 정체성마저 흔들

  • 정우태
  • |
  • 입력 2021-12-14 19:28  |  수정 2021-12-19 15:44  |  발행일 2021-12-15 제5면
대구 '제1의 번화가' 입지 흔들
빈 점포 늘어나는 동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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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구 동성로 점포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져 있다.

동성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시민들의 약속 장소로 사랑받던 시설들이 문을 닫고, 코로나19 여파로 상권 위축도 심화되고 있는 상태다. 최근 동성로 주변 대규모 주거시설 건설이 추진됨에 따라 지역 핵심 상업지역의 정체성마저도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거리 3㎞ 내 점포 중 '임대' 현수막 걸린 곳만 37군데
동성로와 연계된 지하상가도 침체…공실률 역대 최고수치
市, 스마트관광 플랫폼·의료특구 등 활용 상권 회복 안간힘

상가 대신 초고층 주상복합시설 건설 잇따르자 의견 분분
상업지역 역할 축소 우려 반면 상권 활성화 원동력 기대도


지하상가 20.3%는 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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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어가는 동성로
14일 오후 찾은 대구 동성로 민주광장(옛 대구백화점 앞). 평일에도 인파가 몰리던 거리에는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곳곳에 붙은 '임대' 현수막이 눈에 띄었고 빈 점포 앞에는 고지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취재진이 동성로 거리 3km를 걸으며 확인한 결과 임대 현수막이 걸린 곳에 37군데에 달랬다.


10년 이상 의류점을 운영했다는 김모(57)씨는 "동성로라는 명성 탓에 임대료는 여전히 높지만 수입은 예전만 못하다"면서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한다고 해도 침체는 꾸준히 있었던 것 같다. 떠나는 상인들을 보면 씁쓸한 마음이 들면서도 나 역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성로의 침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대구 동성로의 공실률은 22.5%로 지난 2019년 1분기(12.8%)와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


폐업을 택하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중구청은 지난해부터 올 10월까지 동성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성내1·2동 내 폐업 업체 수가 161개소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일반음식점에 국한되는 통계로 전출 등을 제외하고 있어 실제 폐업한 업체 수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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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성로 점포에 내걸린 '임대' 현수막.

동성로 상권과 연계된 지하상가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과 이어진 대현프리몰 대구점은 총 231구좌 가운데 47구좌가 비어있다. 공실률은 20.3%로 개설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대현프리몰 대구점 관계자는 "지난해 2월 1차 대유행 당시 보다 오히려 지금 더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때는 '조금만 버티면 끝나겠지' 하면서 대출을 받고 버텼는데, 기간이 너무 길어져 장사를 그만두는 상인도 적지 않다"라며 "예전에는 공실률을 따로 집계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선호도가 높았지만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상황이 나빠졌고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 스마트 관광, 의료특구 돌파구 될까
대구시와 중구청은 동성로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내국인 방문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관광' 플랫폼을 갖췄다. 사업은 한국관광공사와 협업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10월부터 서비스 환경 구축 작업 및 공사, 콘텐츠 발굴, 참여 사업자 선정 등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6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웹 기반 쇼핑관광 서비스 플랫폼(www.kshoppass.com)에 접속해야 한다. 방문객들은 자신의 위치를 중심으로 주변 상점, 맛집, 관광지에 대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VR(가상현실)로 구현된 상점 내·외부를 둘러볼 수 있고 원하는 상품을 모바일로 즉시 결제할 수 있다. 동성로의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쇼핑 등을 결합한 패키지로 구성한 투어패스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동성로 관광안내소 내 AR 가상피팅 키오스크를 설치해 의류, 귀금속을 가상으로 착용할 수 있다. 상점 내 QR코드와 연계해 다국적 언어로 정보제공 및 사전결제, 상품 보관·픽업 서비스가 제공된다.


'의료특구' 지정도 동성로 상권 재도약의 발판이 될 것인지 관심이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를 열어 대구 중구, 수성구를 의료특구로 신규 지정했다.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투자를 받게 된 셈이다. 중구청은 오는 2025년까지 의료관광 인프라를 구축해 의료서비스 사업을 유치하고 이와 연계한 관광객 유치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다만, 동성로를 활성화 방안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구청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관광특구' 지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구청은 올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에 관광특구 신청을 했으나 연간 외국인 방문객 수 10만 명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2019년 기준 동성로 외국인 방문객은 40만5천여 명으로 최소 기준을 웃도는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인 입국 자체가 제한되면서 관련 통계조차 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중구청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예외를 둘 수 없냐며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중구청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동성로 상권 활성화를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의료특구 지정에 발맞춰 계획도 수립 중이다. 관광특구의 경우 시일이 다소 걸리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했다.

◆ 주거시설 팽창 '주목'
동성로를 중심으로 대형 주거시설이 잇따라 건설되면서 향후 몇 년 안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공평네거리 앞, 공평주차장, 중앙네거리 롯데영플라자, 반월당역 인근 대한적십자사병원, 동아백화점 본점 터 등에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구청이 제출한 대구시청 후적지 개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65층 높이의 주상복합이 추진된다.


지난해 상업시설지역 용적률을 제한하는 조례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초 대구시는 상업지역 용적률을 400% 이하로 설정하려 했으나,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유예기간이 설정됐다. 올해 5월 31일 용적률을 400~450%로 제한하는 개정안이 적용됐다.


일각에서는 상업지역으로 동성로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도심지 주거시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최근 몇 년 사이 사업이 많이 추진됐다"며 "도시계획 상 상업지역 내 주거시설이 난립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조례를 개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에도 동성로는 상업지역으로의 역할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주상복합 건설이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철영 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주상복합을 지을 때 상가용도 비율을 법적 기준에 맞게 유지하고 교통, 교육 등 기반시설을 제대로 확보하면 동성로가 오히려 더 발전할 수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인구가 축소되고 있어 자칫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주상복합이 들어서면 유동인구도 당연히 늘어날 것이고 상권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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