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문화와 노년 앞의 삶

  • 차우미 생명평화아시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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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7  |  수정 2021-12-27 08:02  |  발행일 2021-12-27 제20면

차우미
차우미〈생명평화아시아 이사〉

키에르 케고르의 저서 '노년에 대하여'에서는 노년의 두려움을 체력적 한계, 건강, 육체적 쾌락의 어려움과 코앞에 닥친 죽음이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저자는 노년의 삶을 부정하기보다 정신적 성숙이라는 측면에서 노년을 긍정하고 있다.

2천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시몬 드 보부아르는 "생각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규정하는 대로, 타자화하는 대로 노년의 삶이 흘러갈 것"이라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주체성을 갖고 노년의 시간을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의 페미니즘'의 저자 김영옥은 "노년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노인들의 지위는 스스로 '획득되지' 않고 '부여'되는 채로 남게 된다"는 관점으로 노년을 주목한다. 전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며 134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나 91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할머니 패셔니스타 유튜버 '밀라논나' 등 한국사회의 노년 셀럽(celebrity)들의 존재는 '건강하고 멋있는' 노년을 주목하며, 그들을 멘토로 삼으라고 권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실상 대다수의 노인은 사회에서 소외돼 있다.

필자는 1년여 전부터 지인들과 노년여성들의 삶을 준비하는 스터디 모임에 참여해 왔다. '흰머리 휘날리며'는 그 스터디에서 함께 공부한 책 중 하나다. 급격한 산업화와 고도성장을 건너 온 베이비붐 세대는 그들 부모 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노년층이 될 것이며, 그 어느 세대보다 많은 고학력자들이 있고, 가장 강력한 유권자층이 될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노년층은 부모 세대와는 다른 질적 삶을 보여 주어야 한다. 생존을 위해, 가족들의 보살핌을 위해 내팽개쳐 두었던 '진정한 나의 삶'을 오롯이 만들어 가야 하는 세대다. 건강한 유권자로서 의무를 다하고 사회적 의제에 대해 발언하고 참여하며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좋겠다.

그런 노년의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문화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삼삼오오 같이 공부하고 토론하고 문학과 예술, 춤이나 스포츠 등을 통해 일상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가면 좋겠다. 사회가 규정한 노인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흰머리 휘날리며 배회의 자유를 누리고 싶은 모든 사람들의 연대"가 많아지면 노년의 삶은 더 풍부하고 깊은 향기로 사회를 정화할 것이다. 그 과정을 깊이 있게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다. 우리가 그 문화를 만들자.
차우미〈생명평화아시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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