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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응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
법조계에서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을 걱정하고 있다. 이게 무슨 얼토당토 않는 얘기인가 싶겠지만, 대형사건의 경우 수십만 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을 복사하는 데 드는 종이 때문에 도대체 나무를 얼마나 잘라내야 하는 거냐 하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다.
현재 형사소송을 제외한 민사, 행정, 특허 등 모든 소송에는 전자소송이 도입되었다. 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2018년 기준 특허소송은 100%, 민사소송은 77.2%가 전자로 진행되었다. 해외에서도 우리의 전자소송 시스템을 배워간다고 하니 전자소송의 선진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일하게 형사소송만은 종이기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정농단·사법농단과 같은 대형사건은 기록이 수십만 쪽에 달해 검찰 수사기록을 법원으로 옮기는 데 트럭을 이용해서 '트럭기소'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방대한 기록을 수레로 운반하는 모습은 서울 서초동의 흔한 풍경이다. 1심 재판이 끝나면 지방법원에서 고등법원으로, 2심 재판이 끝나면 대법원으로 또 기록을 운반해야 한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손수레와 리어커가 움직이는 형사법원의 모습은 그 자체로 코미디다.
변호인은 기록 복사를 위해 예약을 하고도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편철된 기록은 풀 수도 없어 한 장씩 복사해야 하고, 묶여있는 부분은 까맣게 복사되어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기록에 개인정보라도 포함되어 있으면 일일이 확인한 뒤 그 부분을 오려내어 담당자한테 검사를 받고 복사해야 한다. 재판 진행에 따라 새로 작성되는 조서와 증거목록의 확인을 위해 공판기일 사이마다 기록 복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기록 복사만을 위해 엄청난 인력, 시간, 비용이 투입되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부담은 모두 의뢰인에게 전가된다. 기록이 하나뿐이라 변호인들이 복사하는 동안에는 담당 판사조차 기록을 볼 수 없고, 재판부 3명 중 한 명이 기록을 보고 있으면 나머지 2명은 볼 수 없다.
이런 방식이 국민의 방어권 보장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불편을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기록 복사에 따른 재판 지연은 피해자의 절차참여권과 피고인의 방어권에 불리할 뿐 아니라 신속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까지 침해한다. 그렇다면 종이기록을 고수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에서 클릭 한 번이면 해결되는 문제에 왜 엄청난 인력, 시간,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것인가? 해법은 간단하다. 바로 형사전자소송을 도입하는 것이다. 내가 대표발의한 '형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우리나라도 2024년부터 형사전자소송이 도입된다.
앞으로는 형사사건 고소·고발장과 증거 기록을 인터넷으로 제출할 수 있다. 물론 지금과 같이 직접 방문 또는 우편으로도 가능하다. 검찰에서 법원으로, 지방법원에서 고등법원으로, 고등법원에서 대법원으로 기록을 옮길 때도 클릭 한 번이면 기록을 전송할 수 있다. 기록을 복사할 필요도 없어졌다. 언제 어디서든 시스템을 통해 출력 가능하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기록을 검토할 수 있다. 기록의 물리적·시간적 제약이 해소됨으로써 무기 대등의 원칙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앞으로도 어렵고 불친절하며 접근성 떨어지는 사법절차를 더욱 편해지도록 노력하겠다.
조응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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