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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순단〈화가〉 |
나는 산속에서 태어났다.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에 "금오산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며 미소짓는다.
우리나라는 70%가 산이다. 그러므로 한국인이라면 산이 고향이 아닌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릴 적 봄이 되면 산딸기를 따먹고 진달래 화전을 해 먹었다. 여름에는 개울에서 멱을 감고 겨울에는 눈썰매를 탔다. 지금 성인이 돼 글을 쓰고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남향의 앞산은 계절마다 하루하루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척에 산이 있고 가까이 보이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외국을 많이 다닌 사람일수록 한국 같이 아름다운 산과 강을 가진 나라는 별로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국의 산은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는 선율처럼 부드럽다. 초가나 기와집, 한옥, 심지어 무덤까지 한국의 산을 닮아 곡선의 형태를 띠고 있다. 정원 역시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한국인은 자연과 수목을 경외의 대상으로 여겼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정원,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자연 속 일부를 그대로 가져와 집안에서 물을 주고 가꾼다. 한옥 마루에 앉아 있으면 집과 정원, 산과 하늘, 구름과 내가 하나가 된다. 꾸밈없이 수수하고 자연에 순응한다.
순박하고 질박한 한국의 막사발은 무위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동심을 닮은듯하다. 무심히 만든 조선의 막사발을 보면 한국인의 정감이 느껴진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자유분방한 표현은 추상표현주의,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은 미니멀리즘을 상기시킨다. 서양보다 '우리가 먼저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하면 과장된 생각일까. 조선의 막사발은 그 예술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의 자연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앞서 언급했듯 산과 강, 집과 정원, 그릇, 한복에서도 그 곡선을 찾을 수 있다. 우리의 문화는 인위적으로 부린 기교가 아닌, 사계절 멈추지 않고 변하고 순환한다.
한글 창제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사상과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바탕에 두고 있다. 해학이 있고 신명 나는 탈춤, 상부상조의 정신을 담은 두레와 향약도 자연과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청자·백자 같은 도자기와 흰옷은 자연의 모든 색을 담고 있다.
우리의 뿌리와 문화를 알고 사랑하게 되면 나의 정체성이 보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늘 빈곤하고 모자란다. 힘들고 아플 때 고개 들어 산을 바라보라. 나를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나순단〈화가〉
나순단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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