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영의 삶과 도전 자동차디자인 .1] 시골소년 계명대 미대에 입학하다...현대 스쿠프 광고사진 넋 나갈 정도로 감탄…자동차 디자이너 결심 계기

  • 우도영 자동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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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31 07:17  |  수정 2022-01-28 07:32  |  발행일 2021-12-31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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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발표 마쯔다 6 (cd-segment). 마쯔다의 대표모델로 KODO 디자인이 적용된 첫번째 양산형 모델. 풀사이즈 페밀리 세단으로서 기존의 모델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세단의 이미지를 버리고 스포츠카의 감성을 담아 차별화를 이루었다. 쿠페스타일의 역동적인 사이드뷰와 전면 그릴에서 램프로 이어지는 크롬시그니처로 아이덴티티를 표현했다. <우도영씨 제공>

"오늘날 현대 사회의 문명은 과거의 상상 그 이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을 이루고 있다. 그 혜택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삶은 단순한 기본 욕구 만족을 넘어 다양한 방면으로 그 삶의 질을 향상시켜 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동차는 최근 전기 자동차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면서 그 역할도 데이터를 분석하여 예측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의 메인 개체로서 우리 생활 깊숙이 연결돼 그 존재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미래생활파트너로서의 역할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 사람들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또한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각자 관심 분야에 따른 자동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그중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관심사는 여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그림으론 먹고살기 어렵다는 얘기
주변 어른들로부터 많이 듣고 자라
미술분야 재능 단순 취미로만 생각

고교 미술 선생님 그래픽 작품본 뒤
그림의 다양한 활용성·가치 깨달아


세계 각국의 신차 발표는 곧바로 세계의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각종 미디어에 소개되며 저마다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의견들로 뒤덮이니 그 관심도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부족하지만 여태까지 디자이너로서 살아온 삶을 바탕으로 자동차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하고자 하며 이 글을 통해 사람들이 자동차 디자인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특히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좇는 이들에게는 그 꿈을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계명대 미대 입학

내가 디자인이란 것을 처음 접하게 된 건 고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전까지 나의 머릿속엔 디자인이란 그저 패션디자인밖에 몰랐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 나는 어느 과목보다도 미술수업을 좋아했다. 왜냐하면 내가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과목이었으며 항상 어릴 때부터 칭찬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술이란 나에게는 순수예술로만 여겨지던 터라 장래 희망으로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사실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 당시는 본업으로 그림을 그리고 살면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니 단순히 취미로만 생각하라는 주변 어른들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산업디자인을 처음 소개시켜준 분이 고교 미술 선생님이었다. 직접 제작했다며 수업시간에 보여준 그래픽디자인은 그 매력에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왔고 나 스스로도 뭔지는 모르지만 왠지 내가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후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미술부에 들어가 부서활동을 하게 되었으나 대학진로의 목적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단순한 취미생활로 생각하며 그림보다는 공부에 더 집중하며 학업에 열중하던 중 그림이 순수예술 분야가 아닌 상업적으로도 여러 방면으로 활용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훗날 나의 진로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후 많은 분의 조언을 토대로 산업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자세하게 접하게 되었고, 내가 단순히 좋아하던 그림이 디자인이라는 학문으로 이어져 결국 고3 중반 본격적으로 미대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어도 훨씬 늦게 시작했던 터라 이 악물고 무조건 열심히 했다. 방과 후 날마다 대구 달성 현풍에서 대구의 한 미술 작업실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의 두세 시간 쪽잠으로 버텨가며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그 당시 대구 소재 미대로 유명한 계명대 산업미술학과에 87학번으로 합격했다.

신입생으로서 대학 생활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여러 선배님들의 다양한 전공 작품들을 보면서 더 많은 새로운 분야를 접하게 되었고 그중에 내게 단연 돋보였던 것은 제품 디자인 분야였다. 여러 전시회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접한 나는 디자인이 우리의 생활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 갔고 우리의 삶에 조금이라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힘쓰는 디자이너들의 창작활동에 무한한 존경심이 들기도 했다. 이 모든 활동이 모두의 편리함을 위해서 기획되어 진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느낀 나는 제품디자인을 주전공으로 선택하며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전공 교수님의 강의와 함께 학과 선배들의 작업 과정은 많은 것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스스로 자청해서 열심히 도와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세한 디자인 과정에 대한 노하우를 배워 나갔다. 처음 2년 동안의 학창시절은 여러모로 새내기인 나에게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여러 가지 기초과정과 폭넓은 정보를 얻는 계기였다.

◆현대 스쿠프에 매료

대학 2학년을 마친 1989년도에 군입대를 결정하면서 학업을 잠시 중단하게 되었다. 강원도에 배치를 받은 나는 군복무 중에 우연히 접한 신문광고 사진에 넋이 나가고 말았는데 그것이 바로 현대 자동차에서 출시된 스쿠프였다. 신문 한 페이지에 게재된 그 광고사진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멋진 자동차가 출시되는구나 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으며 나로 하여금 새로운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때까지 자동차는 엑셀, 스텔라 또는 대우 로얄살롱처럼 기능에 충실한 세단형태로서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는데 개성이 뚜렷한 투 도어 쿠페로 스포티함을 강조한 스쿠프는 실로 다른 세상을 본듯한 감정이었다. 물론 잡지 등에서 외제차의 사진을 많이 접하긴 했지만 그것은 사실 나와 관계없는 다른 세상으로 느꼈을 뿐이었지 그 이상의 현실감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쿠프 디자인은 어떤 의미로든 현실 가능한 존재로서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을 가진 자동차로서 인식이 되었다. 그 당시 스쿠프의 인기는 가히 엄청났으며 모든 젊은 세대의 갖고 싶은 자동차로 등극하게 되었다. 특히 그 당시 스쿠프는 세 가지의 등급이 있었는데 최상위 등급이었던 터보 버전의 인상 깊은 보디그래픽은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이 계기로 나는 자동차 디자인의 매력에 푹 빠져들며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자 마음먹게 되었다.

군시절 추억 중에서 그 시절 선임들이 제대할 때 꼭 하나씩 챙겨 만드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추억록이라고 일컫는 자기만의 군생활을 정리한 앨범이다. 미대 출신인 나는 많은 제대하는 선임들의 부탁으로 추억록을 만들어 제대선물로 주었는데 그 내용 속에 꼭 스쿠프 자동차의 그림을 한장씩 그려 넣어 줬었다. 모두가 그것을 상당히 좋아했으며 고마워했고 그 덕분에 나는 자동차 디자인을 여가시간에 접해도 눈치를 받지 않았고 조금은 자유스럽게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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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계명대 산업미술학과 졸업 △미국 캘리포니아 아트센터 컬리지 오브 디자인 자동차 디자인학과 졸업 △영국 노섬브리아대 디자인 매니지먼트 석사 졸업 △미국 디트로이트 포드자동차 어드벤스드 디자인 부서 인턴(1998년12월~1999년6월) △포드자동차 익스테리어 디자인 부서 디자인 매니저(1999년11~2001년12월) (익스플로러 2001/브랑코 2000/레인저 픽업 트럭 1999/F 250 픽업 트럭) △일본 히로시마 마쯔다자동차 익스테리어 디자인부서 디자인 매니저(2002년 4월~2012년 8월) 마쯔다 6 어텐자. 2010/마쯔다 2 데미오. 2011 그 외 다수의 양산차 개발 참여 △독일 슈트트가르트 메르세데스 벤츠 익스테리어 디자인부서 시니어 디자이너(2013년2월~ 2018년10월) (S- 클래스 2020/CLS. 2018/EQ 실버에로우 콘셉트카. 2018/콘셉트 A 세단. 2017) △중국 광저우 샤오펑자동차 익스테리어 디자인부 디자인 디렉터(2019년 1월~ 2020년 7월) P5 익스테리어(2021) △중국 광저우 GAC(광저우자동차그룹) 익스테리어 디자인부 치프(Chief) 디자이너(2020년 9월~현재) 콘셉트카 Time. 2021 그 외 다수 양산차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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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영 자동차 디자이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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