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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의 지지율 변곡의 단초가 '삼프로TV'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프로TV는 경제전문 유튜버 채널이다. 여기서 이재명과의 우열이 드러났다는 의미다. 삼프로TV에 출연한 윤 후보에게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해 패널이 물었다. 윤 후보의 답변. "실력 있는 정부는 시장에 개입해도 문제가 없지만 실력 없는 정부는 하면 할수록 마이너스다." 그러곤 경제를 강에 비유하며 핵심과 동떨어진 언설을 잔뜩 늘어놨다.
필자가 정리한 보수후보의 모범답안은 이렇다. "사마천은 이미 2천년 전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편에서 시장의 자율기능을 설파했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도 시장의 순기능을 강조한 거다. 경제학자 하이에크는 수요와 공급이 결정하는 시장이 가장 민주적이라고 했다. 시장의 자율기능을 과소평가하거나 시장 흐름의 물꼬를 막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도 시장에 맞서다 화를 부르지 않았나. 집권하면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업규제를 확 풀겠다. 다만 대기업의 독과점 및 골목상권 침탈, 중소기업 약탈은 정부의 조정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도 리뷰 해보자. 유승민 "주택청약통장 있느냐?" 윤석열 "집이 없어 만들지 못했다" 유승민 "집 없으면 청약통장 만들어야죠". 서울대에 가선 "'삼국지' 등장인물 중 누구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몇 초간 뜸을 들이다가 "'닥터 지바고'를 읽었다"고 답했다.
대선 후보가 꼭 박학다식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청약통장을 이해 못 하는 사람이 부동산 정책을 말하면 감동이 없고 구인·구직 앱을 모르면서 일자리를 언급하면 공명이 없다. 군 미필자의 안보 얘기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국정을 짊어질 대선 후보라면 세계 최대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 메타버스의 대세 로블록스 정도는 알아야 한다.
잦은 실언도 그렇다. 원로 언론학자 최정호는 "말은 생각의 외출"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 사람의 언어엔 그 사람의 철학과 사유, 지혜와 지식, 사관(史觀)과 인문학적 소양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윤 후보의 반복되는 실언, 단순 실수일까. 극빈하고 못 배운 자는 자유를 모른다고? 그럼 가난한 시대에 자유를 갈구했던 4·19 혁명은 왜 일어났나.
거친 언어는 품격을 훼손한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29일 경북 선대위 발대식에서 "이런 후보와 토론을 해야 하나. 어이가 없다. 정말 같잖다"고 격앙했다. 한데 '같잖다'는 저잣거리 언어 아닌가. "무식한 삼류 바보"라고도 했는데 이 대목에선 누가 삼류 바보인지 좀 헷갈린다.
토론 회피도 납득하기 어렵다. 박근혜도 2012 대선 때 토론을 기피했지만 윤 후보처럼 노골적으로 토를 달진 않았다. "수시로 말을 바꾸는 후보와는 토론할 수 없다" "대장동 특검을 받으면 토론하겠다" "확정적 중범죄자와는 토론 못 하겠다". 토론은 후보의 정책 비전과 국정철학, 도덕성을 국민에게 검증받는 자리다. 검증대에 서지 않을 요량이라면 대선엔 왜 출마했나. 확정적 중범죄자? 정작 피의자로 입건된 건 윤석열 후보 아닌가. 부인 김건희 허위 이력에 대한 윤 후보의 사과 장면도 생경했다. 준비해온 원고를 그대로 읽고는 질문도 받지 않고 사라졌다. 달랑 A4 용지 반 장 분량을 굳이 원고 보고 읽어야 하나. 필자는 대학에서 '외환론' '관세법' '신문편집실무'를 강의할 때 책이나 노트 한 번 보지 않고 3시간 연강했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 70%가 후보 교체에 동의한다는 여론이다. 윤 후보는 반전의 동력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러려면 밑천이 두둑해야 하는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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