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디지털 리터러시

  • 박동용 수성아트피아 사업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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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3  |  수정 2022-01-13 07:51  |  발행일 2022-01-13 제16면

박동용
박동용〈수성아트피아 사업기획부장〉

2016년 개봉한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디지털 격차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다니엘은 심근경색을 앓고 난 후 더 이상 예전에 하던 목수 일을 할 수 없다고 의사로부터 통보를 받는다.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의 병 수발로 모든 재산을 소진한 상태라 당장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이어 갈 수 없다. 하지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서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관공서를 방문하지만 신청은 온라인으로만 가능하다. 그는 공무원의 도움을 받지만, 신청서에 단 한 페이지도 채우지 못하고 절망한다. 이 영화는 영국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대한 고발이자 인간의 존엄성 상실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디지털 문해력)로 인한 디지털 격차 때문에 고령층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공연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지난해 12월6일부터 방역패스를 적용해 모든 내방객의 백신 접종 여부를 직접 확인했다. 현장에서 고령층의 디지털 리터러시로 인한 인식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 중에는 휴대폰조차 사용하지 않는 분이 있는가 하면, QR코드 찾는 것도 어려워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결국 양해를 얻어 직접 앱을 열어드리는 경우도 많았다. 종이 접종증명서를 지참하신 분도 있었지만, 자녀가 티켓 구매를 한 경우에는 방역패스에 대해 전혀 무방비로 방문한 관객도 있었다. 공연은 장르마다 고객층도 다르겠지만 클래식 음악에서는 아직도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주를 이루는 것은 오랫동안 체득한 직접적인 문화 향유의 방법이 고수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관객층을 지키기 위해선 디지털 방식을 강요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회 모든 시스템은 편리와 속도를 따라 디지털화되지만 정작 한국 사회는 OECD 국가 중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돼 2035년에는 전 국민의 30.1%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고령화 사회에선 디지털 격차가 하루가 멀게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도 다수의 사람이 활용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인간이 기술로부터 소외된다면 사회적 문제만 야기될 뿐이다. 지금은 방역패스뿐만 아니라 디지털로 인한 인간 소외를 차단하기 위해 오프라인 방식의 퇴로도 열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가 아닐까.
박동용〈수성아트피아 사업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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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용 수성아트피아 사업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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