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바다인문학(끝)] 복어, 독성은 약해지고 흰살은 더욱 쫄깃한 '겨울 보양식'

  •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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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4   |  발행일 2022-01-14 제37면   |  수정 2022-01-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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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졸복탕.

계절에 관계없이 즐기지만 겨울철에 특히 많이 찾는 것이 복탕이다. 특히 새해를 맞아 덕담을 주고 받을 때 '복 들어갑니다'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일까. 모처럼 찾은 영산포 복탕집이 만원이다. 영산포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마을을 이루며 살았던 곳이다. 처음 영산포에서 복탕을 보고 의아했다. 복탕은 맑고 담백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국물이 우윳빛이다. 반찬을 가지고 들어온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런데 말투가 이상해 물어보니 조선족이란다. 복어 애와 쌀뜨물과 된장으로 국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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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복의 재료인 복섬.

복탕으로 이용하는 식용 복은 자주복, 검복, 까치복, 졸복, 밀복, 은복, 황복, 복섬 등 10여 종에 이른다. 식당에서 많이 이용하는 복은 까치복과 밀복이며, 자주복은 비싸고 맛이 좋다. 그래서 '참복'이라 부르기도 한다. 복어는 몸을 따뜻하게 보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 '동의보감'에 "허한 몸을 보하고 습한 기운을 없애며 허리와 다리의 병을 낫게 하고 치질을 치료한다"고 했다. 저칼로리 고단백이니 다이어트에 좋다. 몸을 보하니 환자에게 좋고 노화를 방지하고 당뇨에 좋으니 노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갱년기 혈전과 노화를 방지하고 맛도 좋다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극과 극은 통한다던가. 복요리는 독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인체에 무해한 양을 이용할 때 그 맛이 극에 이른다고 한다. 복어는 쥐치와 함께 복어목에 속하는 어류로 배가 볼록하고 몸이 뚱뚱하고 등지느러미는 작고 이가 날카롭다. 위협을 하면 배를 뚱뚱한 배를 부풀려 대응한다. 복어라는 이름도 이러한 외형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복탕으로 이용하는 '식용복' 10여종
저칼로리 고단백 다이어트 음식 인기
독이 적은 밀복·졸복, 산란기는 강해

콩나물·미나리 듬뿍 넣은 사천 졸복탕
푹 끓여내 걸쭉한 어죽같은 진도 복탕
손질때 넣은 '애'로 담백한 통영 복탕
콩나물·밀복으로 맑게 끓인 부산복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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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전류리 황복회.

◆꽃피면 복쟁이 독 오른다

중국 북송시대 시인 소동파(1037~1101)는 "쑥이 땅에 가득하고 갈대 싹이 짧으니 복어가 오를 때로구나"라고 했다. 조선전기 문인 김종직(1431~1492)도 "한식이 가까웠음을 생각하니 복어가 오를 대로구나"라고 했다. 좀 더 지나면 독성이 강해진다. 송수권은 '살구꽃 몇 그루가 피어/ 온 마을이 다 환하다'는 때 '갈대 움트는 것 보러/ 강변에 앞 강변에 나간 마을 사람들'이 '복쟁이 떼' 건져다 날로 먹고 '떼 초상' 난 적 있었다고 했다. 밀복이나 졸복은 다른 복어에 비해 독이 적다. 정확하게 말하면 혈액에 독이 없고 난소, 정소, 간 등을 제거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산란기에는 참복·까치복 등 다른 복어와 마찬가지로 독성이 강해진다.

복어의 제철은 겨울이다. 독이 가장 적고 살이 희고 맛이 좋은 시기다. 눈알, 아가미, 대창, 간, 생식선 등에 독이 분포해 있다. 꽃이 피면 복어에 독이 차기 시작해 산란기인 오뉴월이면 가장 강한 독을 품게 된다. 종족 보전을 위한 자연의 섭리다. 이때 복은 피해야 한다.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종 보전을 위해서다. 황복이 한강·금강·영산강을 강기슭으로 찾던 시기도 이때였다. 지금도 한강 하구 전류리 포구에서는 봄이면 그물에 황복이 잡히고 있다. 지난 연말 주문진 어민시장에서도 황복이 잡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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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복은 1996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지금은 1㎏에 5만원에 이를 정도로 귀하다. 봄철에 웅어나 황복을 잡는 한강 하구에 위치한 전류리 어민들은 철책선을 통과해 조업을 한다.

황복은 정소와 난소에 독이 많다. 특히 복어는 간, 내장, 눈알, 그리고 피부에도 독이 있다. 음식을 만들 때는 이 독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그래서 자격을 갖춘 사람만 조리를 하도록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다. 옛날에는 복을 많이 먹는 봄과 여름에 신문에 곧잘 집단중독이나 사망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다. 청산가리 천배의 강한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독성분을 가지고 있다. 잡은 다음에 몇 시간 숙성을 해야 맛이 좋다. 목숨을 내놓고 먹는 맛이다. 중국 시인 소동파가 노래한 '하돈(夏豚)'이 바로 황복이다. 복숭아 꽃피고 갈대가 움틀 때 하돈이 강으로 오르기 시작한다고 했다. 이때 잡은 황복이 너무 맛이 좋아 공복으로 해야 할 일을 잊었다고 했다.

명나라 '본초강목'에는 복어를 '서시유'에 비유했다. 서시는 춘추전국시대 경국지색 절세미인이다. 그런데 '서시의 젖'이라니. 복어 살이 그렇게 부드럽고 희다는 말이다. 복어탕을 끓일 때도 반드시 수컷에게만 있는 이리를 넣어야 한다. 춘추전국시대 월(越)나라의 경국지색인 서시(西施)가 오왕(吳王) 부차(夫差)에게 끌려간 뒤 부차가 서시의 천하일색과 색향에 빠져 오나라가 망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는데 복어의 뛰어난 맛을 극찬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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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졸복탕.

◆다양한 복탕

내가 먹은 복탕 중 가장 특이했던 건 경남 사천에서 먹은 '졸복탕'이다. 사실 졸복이 아니라 '복섬'을 재료로 이용한 복탕이다. 크기가 작아 '쫄복'이라 부르면서 진짜 졸복의 이름을 차지했다. 복섬은 바닷가에 무리 지어 서식하는 가장 흔한 복으로 어두운 몸에 흰 점이 박혀있다. 졸복은 복섬보다 크고 노란색을 띤 몸에 검은 점이 있다. 이곳 복탕은 콩나물이 듬뿍 그리고 미나리도 아주 많이 넣어 끓인다. 복이 국물로 우러나기 전에 채소를 먼저 먹는 것은 다른 복탕과 비슷하다. 핵심은 콩나물이다. 밥과 함께 채소와 김 가루와 고추장이 들어 있는 큰 그릇을 준다. 여기에 알맞게 간이 배인 콩나물을 건져 넣고 밥을 비벼 복탕을 국물로 삼아 먹는 방식이다.

전남 진도군 임회면 백동리 굴포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서 먹은 졸복탕도 인상적이다. 거기는 슈퍼와 식당을 겸하고 있다. 굴포는 삼별초 최후의 항쟁지인 남도석성이 몽고와 고려군에 의해 무너지자 배중손 등 남은 삼별초군이 배를 타고 제주로 갔다고 알려진 곳이다. 식당은 포구 옆에 마을과 마주 보며 자리하고 있다. 진도 굴포에서는 졸복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조리를 한다. 걸쭉한 복탕은 차라리 어죽이라 해야 할 것 같다. 큰 솥을 이용해 졸복을 푸짐하게 푹 끓인다. 재료는 물론 복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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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졸복탕.

주문을 받아 몇 마리 넣고 조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복탕에 참기름과 식초를 치고 기호에 따라 양념장을 넣어 먹는다. 고명으로 부추가 올라간다. 이곳 식당은 메뉴가 졸복탕 하나뿐이다. 직접 바다에서 잡은 복을 사용한다고 한다. 진도답게 홍주가 메뉴에 올라와 있다. 남도밥상답게 김치, 나물, 젓갈 등 다른 지방에서 보기 힘든 밑반찬이 올라온다.

통영의 복탕은 진도와 다르게 맑고 담백하다. 수산시장과 골목과 바다를 나누고 있는 서호시장 복집에서는 그날그날 손질하는 졸복도 직접 볼 수 있다. 역시 복섬이다. 이렇게 손질할 때 꼭 챙겨 놓는 것이 '애'다. 복탕에 이게 들어가야 맛이 제대로 난다. 복어 이리를 구워 따뜻하게 데운 청주에 풀어 마시기도 한다. '시라코자케(白子酒)'라고 한다. 술맛이 부드럽고 구수하다. 주말이나 연휴 등 여행객을 통영을 많이 찾는 날이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쯤은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얼른 먹고 일어나야 예의다. 콩나물이 밑에 깔리고 고명으로 미나리가 얹어져 있다.

복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부산이다. 부산 강의를 마치고 유명하다고 알려진 복국 집을 찾았다. 벽에 복어 그림과 함께 '하돈'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콩나물과 밀복으로 맑게 끓인 복국 하나로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을 만들어냈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바다인문학을 마치며
2018년 10월 '굴'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연을 맺은 것도 3년이 지났다. 바닷물고기를 밥상에 올리고 섬살이와 갯살림을 이야기하며 그 가치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육지 중심의 의사결정에서 바다 살림은 농어촌이라는 이름으로 더부살이하는 것이 늘 아쉬웠다. 바다를 살피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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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황복은 안강망 그물로 잡는다. 다른 복어처럼 배가 불룩하고 도톰한 입술을 갖고 있다. 하구에 살다가 3~5월 중 산란을 위해 강으로 거슬러 오른다. 한강하구에서 잡은 황복.

이빨 강해 강철로 만든 낚시 사용…몸값 비싼 황복은 안강망 그물로 잡아

제주바다에서 갈치잡이를 마친 배들이 찬바람이 일면 동해로 올라와 복어를 잡는다. 연승 어업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갈치와 복어 조업이 모두 가능하다. 몸줄에 150여 개 낚시를 연결해 잡는다. 그 길이가 40여㎞에 이른다. 동해에서 잡는 복어는 밀복이며 미끼는 꽁치다. 특히 밀복이 좋아하는 먹잇감이다. 그렇게 30분 후 양망을 한다. 동해에서 잡히는 대부분의 복은 밀복이다. 독성이 다른 복에 비해서 적다. 복어는 이빨이 강해 강철로 만든 낚시를 사용한다. 트롤 어선으로 복어를 잡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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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황복은 안강망 그물로 잡는다. 다른 복어처럼 배가 불룩하고 도톰한 입술을 갖고 있다. 하구에 살다가 3~5월 중 산란을 위해 강으로 거슬러 오른다. 등은 회갈색이고 배는 은백색이며 성어가 되면 배 위 옆구리에 황금색 빛을 띤다. 그래서 황복이라 했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가 자갈이 있는 여울에 알을 낳는다. 이때 강가에 사는 어부들이 황복을 잡는다. 산란한 어미도 부화한 새끼도 바다로 내려간다. 강에서는 새우나 게를 먹고 생활한다. 지금도 물길이 막히지 않는 임진강과 한강에서 드물게 확인되고 있다. 옛날에는 금강과 영산강에도 황복이 올라왔다. 이젠 임진강에서는 황복 치어를 방류하고 있다. 황복은 1996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 지금은 1㎏에 5만원에 이를 정도로 귀하다.

나주 영산강에는 '복바위'가 있다. 그 주인공은 황복이다.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른 황복이 머리를 바위에 부딪혀 검은 점이 생길수록 맛이 좋아진다는 이야기 있는 바위다. 영산포는 일찍부터 나주평야와 함께 나주뿐만 아니라 전라도 서쪽 물산의 유통을 책임졌던 곳이다. '복바위'라는 지명까지 있는 것을 보면 전라도 사람들의 복어사랑이 각별했던 것 같다. 지금은 복어 대신 삭힌 홍어가 유명하다. 금강에는 복어의 이름조차 '금강복'이라 했다. 복바위보다 더한 복어사랑이다. 특히 황산나루는 '황복식당'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금강에도 황복을 중심으로 실뱀장어, 참게, 위어 등 회귀성 어류들이 찾는 곳이었다. 강과 바다를 잇는 물길을 막는 하구언 공사와 오염으로 황복은 강에서 사라졌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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