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나이키 골프화 사려고 에스컬레이터 역주행...3~4배 비싼 가격에 '리셀'(종합)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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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6 20:00  |  수정 2022-01-17 13:22  |  발행일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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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전국 40여개 백화점 및 전문점에서 판매된 '나이키 에어조던 1로우 골프화'가 포털사이트에서 원래 가격보다 3~4배 비싼 판매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온라인 캡처>

'한정판 운동화'가 대구지역 백화점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지난 14일 SNS에 올라온 대구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서 한정판 나이키 골프화 구매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에스컬레이터를 역주행하는 '아찔한' 모습도 담겼고,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한정판 골프화 구매 소동은 '리셀'을 통한 금전적 이익 때문으로 추정된다.

 

'오늘 신세계 나이키 오픈런 영상'이란 제목의 1분짜리 영상에선 고객들이 무질서하게 대구 신세계백화점 2층에 위치한 나이키 골프용품 매장으로 달려드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14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판매가 시작된 '나이키 에어조던 1로우 골프화'를 사기 위해서다. 

 

2층으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고객들이 매장으로 몰려갔다. 일부 고객들은 에스컬레이터를 역주행하는 위험천만한 모습을 연출했다.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좀비 실사판" "너무 무섭다" "아까 어떤 여자 박았다"라며 무질서한 상황을 전했다. 

 

대구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이날 나이키 매장에는 100켤레의 제품이 입고됐다. 대구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사람들이 몰렸지만 다행히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전국 40여개 백화점 및 전문 매장에서 똑같은 제품이 판매됐다. 다른 백화점과 전문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선 손님과 매장 직원의 마찰로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SNS에 올라온 영상에는 한정판 제품을 사기 위해 현대백화점 대구점 나이키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백화점 직원이 먼저 제품을 구매했다며 항의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서 손님들은 "직원이라고 하고 사갔잖아요" "왜 먼저 온 사람이 못 사냐" "판매 중지하세요"라고 매장 직원에게 강하게 말했다. 출동한 경찰의 모습도 보였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백화점 매장으로 접근하는 루트가 다양하다. 고객들간 대화로는 물품 구매 당사자의 신원 파악이 어렵다"며 "출동했던 경찰들도 조치할 사항이 없어 철수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구매 소동 동영상에 수만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부산행3 촬영하나', '코로나19 시기에 열정 대단합니다', '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에스컬레이터 역주행은 선 넘었다', '화재피난 영상 같다'는 등의 반응이었다.
 

한정판 제품 출시일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리셀'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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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구 신세계백화점에서 고객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나이키 매장으로 달려가는 모습. <온라인 캡처>

실제 '나이키 에어조던 1로우 골프화'의 판매가는 17만9천원이지만, 웃돈을 얻어 재판매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중고거래에선 60만~70만원의 재판매 가격대가 형성됐다. 매장 판매가의 3~4배 수준이다. 

 

김정숙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를 위한 디지털 환경이 잘 갖춰져 있고,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보다 적은 자금으로 시작할 수 있으며 재판매로 인한 금전적 이득을 볼 수 있어 투자 가치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리셀 시장에 달려드는 것 같다"고 했다.
 

과도한 물신주의가 만들어 낸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영철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한정판이라거나 소유에 대한 환상이 덧붙어 실제의 가치나 효용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물신주의의 한 현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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