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말레이시아에 떴다] 어서와! 격리는 처음이지?

  • 장승완 텔레퍼포먼스 Content 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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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03 15:35  |  수정 2022-03-0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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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호텔 앞에 방역 종사자들이 앉아 있다. 이들은 호텔 내 격리될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증상 여부를 체크하고 짐을 소독하는 역할을 한다. 또 격리기간 필요한 마스크와 소독제를 제공한다. 방이 배정되기까지 의외로 시간이 오래 걸렸고, 이 때문인지 물과 간단한 간식이 제공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했다는 설레임도 잠시, 또다시 ‘시간의 방’에 갇혔다. 일렬로 줄을 서서 입국 절차를 마치고 마침내 ‘격리호텔’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쿠알라룸푸르공항에 착륙한 지 무려 네 시간이 흐른 뒤다. 

 

기착지인 싱가포르공항에서 여섯 시간 정도 발이 묶여 있었던 것에 비하면 정말 양호한 편이지만 초침은 정말 큰 방울을 달아 놓은 듯 느릿느릿했다. 격리호텔까지 이동하는 데도 네 시간이 걸리다니... 

 

그렇게 도착한 '호텔 로얄'. 말이 호텔이지 이번엔 ‘차원’ 다른 시간의 방이 기다리고 있었다. 슬기로운 격리생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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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열흘간 격리됐던 '호텔 로얄'. 구글지도상에는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약 한 시간 걸리는 것으로 안내돼 있지만 실제로는 네 시간이 걸렸다.

◆2가지 다른 격리

필자가 입국할 때만 해도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격리 시스템은 일반격리와 특별격리로 나뉘어져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 구분이 증세 유무, 혹은 중증 여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이다. 전적으로 ‘돈’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무척 놀랐다.

필자는 일반격리로, 회사에서 각종 비용을 지불했다. 물론 정확하게 얼마만큼의 경비가 들어갔는지 알지 못한다. 만약 돈을 추가로 내면 특별격리 대상자가 되는데, 제공되는 식사의 퀄리티가 확 올라간다고 한다. 식사의 질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는 없었지만, 격리생활도 ‘돈’에 따라 수준이 달라질 수 있음에 입맛이 쓰다. 팬데믹시대에도 자본주의는 흔들림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 필자는 격리호텔로 가는 버스에 탑승하기까지 공항에서 네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일부는 필자보다 훨씬 덜 기다리고 버스로 이동했다. 그땐 단지 ‘복불복’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호텔에 와서야 이들이 돈을 더 많이 지불한 특별격리자란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했다. 이 때문에 입국자는 백신을 맞았든 맞지 않았든 상관없이 모두 10일간 격리됐다. 지인은 필자보다 몇 주 뒤 입국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더 심각해져 격리 기간이 14일로 늘었다.

격리 기간은 이처럼 감염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입국 예정자는 말레이시아 정부 사이트, 마이 말레이시아(한인 커뮤니티), 카카오톡 오픈 채팅(입말 말레이시아) 등에서 해당 정보를 숙지하고, 사전에 필요한 물건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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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기에 방사능 물질 경고 같지만 실은 쓰레기 봉투다. 호텔 격리기간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를 담아 룸 밖에 내놓으면 된다.

◆의문의 비닐봉투와 풀 수 없는 팔찌
 

격리호텔에 도착하면 방역 종사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체크인에 앞서 이들이 코로나19 증상 여부를 체크하고 짐을 소독한다. 이어 방이 배정된다. 이때 입국자의 각종 정보(여권번호, 이름 등)가 담겨 있는 팔찌가 채워지는데, 테마파크 입장 때 매표소에서 채워 주는 띠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팔찌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온 확진자를 신속히 찾는 데 필요하다. 또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한 식별표의 역할도 한다. 그래서인지 한 번 착용하면 격리 해제 때까지 뺄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다소 불편할 수 있으니 직원에게 조금 여유있게 채워 달라고 미리 부탁하시라.

격리 룸에 들어가게 되면 의문의 비닐봉투를 만나게 된다. 노란색 바탕에 이상한 문양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헉! 이건...’

얼핏 봐도 방사능 표시 같다. 하지만 너무 겁먹지 마시라. 이건 쓰레기봉투다. 격리 기간 생기는 각종 쓰레기를 이 봉투에 넣어 정해진 시간에 현관 앞에 내놓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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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격리된 호텔 룸 창가에 서면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Petronas Twin Tower)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셀카를 찍고 있는 이날은 말레이시아의 공휴일로 간식(손에 든 것)이 제공됐다. 손목에 차고 있는 것은 입국자의 각종 정보가 담긴 팔찌다.

◆슬기로운 격리생활을 위한 꿀템!!

짧게는 10일, 길게는 14일을 좁은 공간에서 홀로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격리생활에도 ‘슬기로움’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로 떠나기 전 격리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 보니 ‘식사(호텔 제공)가 입에 맞지 않아 하나도 못 먹었어요’ 등 맛과 관련해 좋지 못한 평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솔직히 말하지만 열흘간의 격리생활 동안 필자에게 제공된 음식은 모두 맛있었다. '호텔 로얄'의 조리사들이 특별히 음식을 잘하는 건지는 몰라도 아주 잘 먹었다. 양이 적어서 오히려 한 판 더 받고 싶을 정도였다. 음식의 질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회사 트레이닝이 시작되면 더디게 가던 초침에도 조금씩 속도가 붙는다. 방안에서 취미생활도 하고, 심심할 땐 혼자서 노래도 불렀다. 그리고 열흘이 흘렀다. 전날 받은 격리 해제를 위한 PCR테스트에서 음성이 나오면 ‘시간의 방’에서 완전히 탈출하게 된다.

드디어 체크아웃할 시간...

 

음성임을 확인하고, 격리 팔찌를 끊고, 자유의 몸이 됐다. 하지만 격리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미리 준비해 가지 않았다면 낭패를 봤을 듯하다. ‘슬기로운 격리생활’을 위해 없으면 불편할 수밖에 없는 아이템을 필자 나름 정리해 봤다.


(1) 여행용 일주일치 유심
말레이시아에 막 도착해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거나, 격리호텔까지 이동하는 동안 차 안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려면 유심이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 비행기에서 내린 후 호텔에 도착하기까지 여덟 시간 정도 걸렸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었다면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또 호텔 와이파이가 잘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생각보다 잦다. 회사와 긴급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할 때 와이파이가 안 되면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호텔에서 유심칩을 구매하기 어려워 곤란한 상황에 빠질 때가 있다. 출국 전 미리 구매해 가길 권한다.

(2) 좋아하는 간식
웬만해선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이라 격리 기간 음식으로는 크게 힘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격리할 때 간식이랑 밥이랑 반찬 꼭 챙겨가세요’라는 조언에도 귀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좋아하는 간식과 반찬 몇가지만 챙겨갔다.

문제는 음식의 질이 아니라 양이었다. 실제로 격리생활에 들어가 보니 호텔에서 제공되는 음식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았다. 게다가 외부에서 음식을 시키려면 특정한 날, 특정한 시간에만 주문할 수 있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김·카레·장조림·참치캔·깻잎·육포·과자·견과류·기타 간식 등 부피가 적은 포장 음식을 넉넉하게 챙겨가면 적응 초기 음식으로 인한 불편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허기를 달래는 데도 도움이 된다.

(3) 운동용품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열흘이 넘는 기간 외출도 못 한 채 방안에만 머물러야 한다면 몸에 탈이 날 수 있다. 이럴 땐 방을 서성이거나 팔굽혀펴기 등 간단한 맨몸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이왕이면 ‘운동밴드’ 같은 부피가 작은 용품을 챙겨가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한다.

(4) 취미용품
격리를 시작하게 되면 생각보다 정말 시간이 안 간다. 물론 회사로부터 컴퓨터를 제공 받아 트레이닝을 시작하긴 하지만, 그 외 시간은 정말 느리게 흐른다. 필자는 책 읽는 걸 좋아해 'e북 리더기'를 챙겨갔다. 퍼즐, 책, 영화, 그림, 게임 등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용품도 준비해 가시라.

(5) 멀티쿠커
‘라면포트기’라고도 불리는 멀티쿠커는 말레이시아 한인 커뮤니티에서 적극 추천해 줄 만큼 유용한 믈건이다. 격리 때 제공되는 음식을 데워 먹거나 즉석식품(햇반, 카레, 컵밥 등)을 해 먹을 수도 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조작도 간단한 편이라 간편식을 즐기기엔 딱이다. 강추한다. 
 

장승완<텔레퍼포먼스 Content Analysis>

◆필자 소개
장승완씨는 대구 계명문화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약 1년간 '케이무브(K-move)'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취업에 성공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페낭에 있는 글로벌 IT기업 '텔레퍼포먼스'에서 근무 중으로, 'LPO(Legal and Partner Operation)'라는 부서에서 'Content Analysis'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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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기간 '호텔 로얄'에서 제공받은 식사 메뉴. 맛과 질은 나쁘지 않았으나 양이 적은 게 흠이다. 한국에서 가져간 간식과 반찬이 호텔식사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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