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인공지능과 윤리

  • 김미화 KT대구경북본부 ESG추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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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07  |  수정 2022-02-07 08:23  |  발행일 2022-02-07 제20면

김미화
김미화〈KT대구경북본부 ESG추진팀장〉

2013년에 개봉한 SF 멜로 영화 'Her(그녀)'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개인화된 미래의 도시에서, 인격형 인공지능체계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아내와 별거 중이며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대필작가이지만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행복을 되찾기 시작하면서 점점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다니'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인공지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상적이고 널리 퍼져 있다. 어떤 영화를 볼지, 어떤 옷을 살지, 어떤 책을 고를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미 우리는 AI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AI가 추천해 주는 선택지가 생뚱맞아 보일 수 있으나, 막상 경험해 보니 딱 내 취향이라고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계 최고수인 이세돌을 바둑으로 이기며 인공지능 확산에 불을 지핀 이후, 인공지능은 우리 시대의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인공지능 의사인 IBM의 왓슨이 암진단을 하고, 북유럽의 에스토니아에서는 인공지능 판사도 등장했다. TV에서는 인공지능 앵커가 뉴스를 전하고, AI상담원이 고객을 응대하기도 한다. 외식업계에서는 AI서빙로봇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소상공인의 바쁜 일손을 돕기 위한 AI통화비서도 소상공인에게 인기다. 그야말로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에서 맹활약 중이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AI의 일상화만큼이나 AI가 일으키는 윤리 문제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루다' 사태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일깨운 도화선이 됐다. '이루다'는 스캐터랩이 2020년 출시한 20세 여대생 콘셉트의 AI 챗봇이다. 문맥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능력으로 서비스 2주 만에 가입자가 80만명을 넘어서는 등 화제가 됐지만, 불과 20일 만에 성착취와 차별 논란에 휩싸이며 서비스를 멈춰야 했다. 일부 이용자가 '이루다'에게 성적인 대화를 유도했고, 장애인·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발언 논란도 불거졌기 때문이다. 결국 인공지능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우리' 인간인 것이다. AI와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가 온 것 같다.
김미화〈KT대구경북본부 ESG추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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