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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화〈KT대구경북본부 ESG추진팀장〉 |
며칠 전 아들이 "엄마~, 생선으로 어떤 게 좋을까"라고 물어오는 것이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고등어·갈치 같은 생선이 떠올랐다. 그런데 생선은 '생일선물'의 줄임말이었다. 아뿔싸!! 생파(생일파티)는 들어봤는데….
요즘 청소년과 젊은층이 일상생활 속에서 구사하는 말 중에는 줄임말과 신조어가 너무 많아서 무슨 말인지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많다. '생선' '생파' '비냉(비빔냉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같은 줄임말은 그나마 이해가 쉬운데, '댕댕이(멍멍이)' '롬곡(눈물)'처럼 자음과 모음을 새롭게 조합하거나 거꾸로 읽어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은 세대 간 소통에도 지장을 준다.
줄임말이 유행하는 이유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속 빠른 소비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이 금인 요즘 빠르게 본인의 뜻을 전달하려는 것과 휴대전화 보급 초기 80~90바이트 이내로 내용을 축약해야 하는 단문메시지로 인해 줄임말 사용이 필요했을 것이다. 더불어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세대가 간결한 '인스턴트'식 대화를 지향하는 것도 줄임말 유행에 한 몫을 했으리라.
줄임말이 꼭 나쁘다는 건 아니다. 가끔씩 '어머~ 정말 괜찮다~'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의 멋진 줄임말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당근마켓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당근(당신의 근처에 있는)마켓'. 앱의 특성을 정말 잘 표현하면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데다 먹는 당근을 로고로 해서 인지력을 높인 잘 만든 줄임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나친 줄임말이나 신조어로 인해 소통에 방해가 되고 불편을 초래한다면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오늘은 유네스코가 1999년 제정한 '국제 모국어의 날'이다.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 다언어의 사용, 각각의 모국어를 존중하자는 뜻에서 지정한 국제 기념일이다. 한 시사상식 사전에 의하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6천여 개의 언어 중 2주에 한 개꼴로 언어가 소멸하는 추세이며, 현재 상용되는 언어 가운데 절반 이상이 2100년 이전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한글은 인류가 사용하는 문자들 중에서 창제자와 창제연도가 명확히 밝혀진 몇 안 되는 문자이며, 제자(制字) 원리의 독창성과 과학성에 있어서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자로 평가받는다. 이런 우수한 한글을 오롯이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주는 것 또한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김미화〈KT대구경북본부 ESG추진팀장〉
김미화 KT대구경북본부 ESG추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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