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우리는 왜 웹소설에 열광하나

  • 손연후 시인
  • |
  • 입력 2022-03-03  |  수정 2022-03-03 08:05  |  발행일 2022-03-03 제16면

2022030201000073300002111
손연후 (시인·2022 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자)

웹소설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과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낵 컬처'라는 점, 현실에 지친 독자들에게 짜릿한 대리만족을 주는 자극적인 대중 콘텐츠라는 점에서 웹소설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원천 IP(지식재산권)로서의 가치를 지속해서 높여 나가고 있다. 크게 성공한 웹소설이 웹툰이나 드라마·영화 등으로 재창작되는 경우도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우리는 왜 웹소설에 열광하는 걸까? 고구마를 먹은 듯 숨 막히는 현실을 살면서 시원한 사이다를 콸콸 들이붓는 것 같은 판타지적 서사를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웹소설을 많이 읽어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최근 인기를 끄는 웹소설 속 주인공의 캐릭터성은 대체로 정형화돼 있다. 그(그녀)는 독자의 연민을 자아낼 만큼 실패한 삶을 살았지만 '회귀' 또는 '빙의' '환생'을 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게 된다. 이제 그(그녀)는 자신이 독점하고 있는 실패한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정보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면서 닥쳐오는 상황을 주체적으로 해결하며 아주 멋지게 앞으로 나아간다.

후회스러운 삶을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과 이 세계가 한없이 내게 너그러워지고 나를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현실을 벗어나 영혼만이라도 낯선 판타지적 세계로 훌쩍 떠나보고 싶어 하는 이 땅의 모든 독자의 오래된 염원. 이러한 마음들이 아마 우리를 몇 번이고 웹소설 플랫폼에 접속하게 하고, 웹소설을 한 편 두 편 결제하게 만드는 거겠지. 클리셰 범벅의 유치하고 통속적인 플롯이라고 해도 독자들은 아픈 과거를 딛고 멋지게 싸워나가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대입해보면서 또 하루치의 다정한 위로와 용기를 얻곤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웹소설의 연재를 기다리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갓 올라온 따끈따끈한 웹소설 한 편이 끝나고 나면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만 하는 게 독자의 운명인 법. 그래도 웹소설의 다음 편이 내일 또 올라올 테니, 우리는 설레는 기다림을 안고 또 한 번 이 악물고 치열하게 우리의 현실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웹소설의 독자로 산다는 건 그런 거니까.

손연후 (시인·2022 영남일보 문학상 당선자)

기자 이미지

손연후 시인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